[새 정부의 IT과제](3)세계적 히트상품 개발 육성

 최근 5∼6년간 산업계의 키워드로 등장한 세계화 시대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국의 살 길은 오직 수출이다.

 60년대 초부터 부존자원의 빈약성을 떨치기 위해 수출입국을 내세워 오던 우리나라가 단군이래 초유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를 헤쳐나오게 해준 저력은 결국 수출이었다. 지난 수년간 늘상 우리나라 수출의 40%란 큰 몫을 차지하면서 1800억달러 주식회사 한국의 경영을 견인한 것은 역시 첨단 전자·IT산업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존 상품으로만 수출시장에서 먹힌다고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존 수출품목에 대한 불안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은 막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정부와 산학연 공동의 장기산업트렌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언제까지 기존 상품으로만 이 산업을 이끌어갈 수는 없으리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한국의 세계적 히트상품이라는 휴대폰·LCD모니터·반도체 등 3대 수출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차세대 제품이 없어보인다. 세계적 히트상품·일류상품을 육성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도 치밀한 로드맵이나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사장단에 ‘10년후 무얼 먹고 살 것인가’라고 지시했다는 그 흔하게 회자되는 말은 정책당국자에게도 부합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장기적 계획이 정부 차원에서는 소극적인 노력에 그쳐온 것이 사실이다.

 산자부가 2000년부터 시작한 산업기술 로드맵은 단기성으로 멀티미디어 휴대폰 등 연간 3개 품목씩 논의되는 데 그치고 있다. 장기적인 기술트렌드 분석 제시와 함께 이를 기업과 함께 분석하고 논의하는 노력이 별로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이다. 산업자원부와 산업기술재단이 만들어온 산업기술 로드맵은 2년간 1년짜리 프로젝트 2개를 실시해 온 것이 고작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이 만들어내고 기획해내는 부분은 보다 치밀하고 장기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의 사업을 씨앗사업·묘목사업·과수사업·고목사업 등 4개 사업으로 카테고리를 정해 장기·중기·단기로 사업을 진행하며 해를 거듭해 가면서 단계적 결실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씨앗사업은 이동통신시스템·네트워킹·비메모리, 묘목사업은 디지털TV·모니터·노트북PC·휴대폰·메모리, 고목사업은 오디오 등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물론 연간 수조원대의 이익을 내는 글로벌기업들이야 별 문제없이 독자적인 글로벌 비즈니스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서는 세계최고라는 노키아·모토로라를 위협하는 이동통신단말기가 있고 디지털TV가 있고 LCD모니터와 컴퓨터 등 신상품이 줄서있다.

 문제는 이들처럼 글로벌 기업 차원의 대응력을 갖지 못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우에서 두드러진다. 중소기업이야말로 정부와 산학연 공동의 장기적인 산업로드맵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으며 단기적 처방보다도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을 통해 세계적 히트상품의 토양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당장 세계적 히트상품과 기획력·마케팅력을 갖춘 대기업에만 역할을 맡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도를 갖고 중견중소벤처기업에서 히트상품의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한다. 이들은 종래 정부의 지원을 양적 편중으로 규정한다. 이를 IT벤처들이 자생력·기술력·영업력 있는 기업들이 살 수 있는 실질적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숨죽은 벤처의 연구개발 분위기를 돋우는 지원정책이 보다 절실하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이다. 병역특례제도 역시 어느샌가 유능한 인력을 원하는 벤처·중견기업에 실질적 배정이 안되고 있어 세계적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세계적 히트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근본적인 차원의 처방으로는 글로벌 표준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세계적 히트상품을 만들면서 소니가 필립스와 제휴해 CD의 표준을 만든 것은 유명한 얘기지만 이젠 더이상 기업차원의 글로벌 표준대응이 쉽지 않게 됐다.

 각종 국제 전자IT규격회의가 기술표준원 중심으로 전개되고는 있지만 정작 국제전문회의에는 한국대표 한사람의 여비만 지급할 정도로 표준화 동향에 인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제표준이 미래의 글로벌 히트상품을 좌우하는 핵심열쇠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방치에 가까운 무관심 수준의 국제표준기구에 대한 참여에 재정적 지원에 인색한 게 현실이다.

 IMF 이후 많은 전자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비용에 목말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계적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해 잠재력이 있는 벤처의 아이디어를 꽃피울 수 있도록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기술담보 개발자금 지원정책이 시급하다는 점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세계최고의 상품 일류상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이미지이자 기업들의 창의적 도전정신과 개발 노력이다.

 일본의 소니가 지난 94년 플레이스테이션이란 게임기를 만들어 연간 7000억엔의 세계적인 대박 제품을 내놓았던 것은 글로벌 차원의 문화적 신념 때문이었다. 미국의 시스코가 연간 수천만달러에서 몇년만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것은 서로 다른 컴퓨터 기종간에도 e메일을 할 수 없다는 불편함을 해소하자는 실용적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 히트상품은 고객의 필요성과 문화적 환경의 이해 등을 통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본에는 장기적 기술축적과 트렌드를 읽는 힘 등을 정부와 민간이 공유할 때 극대화된다는 점에는 이의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새정부는 정부의 장기적 로드맵을 산학연과 공동으로 만들고 정책과 실제가 일치하는 다양한 기업장려 정책을 펼쳐야만 세계적 히트상품을 만드는 노력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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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주신 분=/휴맥스 최군식 부사장/ LG전자 안승권 상무/ 전자산업진흥회 이희준 상무/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산업기술재단 김봉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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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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