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새해에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업계 종사자는 물론 회사를 책임진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한층 더 큰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다. 해외 주요 IT업체 CEO들은 난국을 헤치기 위해 새해 초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어떤 품목을 앞세워, 어떤 전술로 절대적인 시장침체 국면을 돌파해 나갈까.
세계 휴대폰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핀란드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수성’이다. 그러나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는 데 이중의 어려움이 있다. 시장은 침체상태에 있는데 경쟁은 가열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올릴라 회장은 WCDMA방식의 3세대(3G) 휴대폰 ‘6650’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워 올해 처음 3G 서비스가 선보이는 유럽과 일본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올 3∼4월경 발표예정인 64비트 서버용 윈도 ‘닷넷서버 2003’ 판촉에 골몰하고 있다. 또 올해 첫발을 딛는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공적인 착륙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IBM의 샘 팔미사노 CEO<사진>는 회사 최대의 캐시카우인 IT서비스 부문에 주력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말 JP모건과 맺은 7년간 5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길조로 보고 올해도 경쟁업체를 압도할 것이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HP의 칼리 피오리나 CEO<사진>는 델컴퓨터에 내준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또 ‘태블릿PC’ ‘미디어센터PC’ 같은 신개념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IT서비스 시장에서 IBM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도 올 한해 계속한다는 결심이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CEO<사진>는 사업다각화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또 작년에 출사표를 던진 네트워크 스위치 시장과 올해 진출예정인 PDA 시장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유닉스 서버의 대명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CEO의 경우 올해 추진하는 리눅스 기반 데스크톱PC 판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작년에 발표한 ‘N1’ 기술의 상용화도 맥닐리로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온라인 시장 최강자 AOL의 조너선 밀러 CEO는 지난해 감원 등을 통한 비용절감을 어느 정도 마무리짓고 올해는 광대역 서비스 강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밀러는 AOL의 직접적인 네트워크 운용을 자제하고 다른 기업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빌려 타임·CNN·HBO 등 모기업 AOL타임워너 계열사들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광고시장 일변도인 회사 수익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매부문에서 양강체제를 확립한 아마존과 e베이는 각각 서적 소매와 온라인 경매라는 고유 비즈니스 영역을 수호하면서 다른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지난해 극심한 IT경기 불황속에서도 30%에 이르는 매출성장세를 이룩한 데 대해 성공이라는 자평을 내리고 올해 가전·의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 e베이의 멕 휘트먼 사장은 온라인 경매 이외 부문을 향한 사업확장 걸음을 계속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인 인텔과 AMD의 올해 주력사업 품목은 예나 다름없는 마이크로프로세서다. 그러나 차세대 휴대폰의 수요 증가로 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함께 늘어나면서 플래시에 대한 비중을 점차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은 와이파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의 주도 아래 인텔은 지난해 와이파이 개발 벤처기업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올 상반기에도 와이파이 모듈인 칼렉시코(코드명)를 통합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인 ‘배니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일본의 가전업체 CEO들은 시장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사진>은 불황탈출의 열쇠가 PDP TV와 DVD 리코더에 있다고 보고 이들 제품의 판매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려잡았다.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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