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W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책은 국제적인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미국과 중국, 폴란드 등 42개의 해외 소프트웨어업체들을 초청, 우수 국산 SW를 선보였던 ‘해외채널사업자 초청 비즈니스 상담회’의 모습.
성장 잠재력이 클 뿐 아니라 다른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한 SW는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을 비롯한 OECD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SW산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94년 12월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이전까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으로 분산됐던 SW산업 진흥정책을 정통부로 일원화해 다각도의 진흥책을 펼쳤다. 그 결과 국내 SW산업은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SW생산액은 96∼2001년 사이 평균 36.5%의 성장을 거듭해 96년 2조7000억원에서 2001년 12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같은 양적인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SW산업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W 무역수지에 있어 한국은 단 한해도 흑자를 내지 못한 만년 SW 수입국이다. 2001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 6억3000만달러어치의 SW를 수입해온 반면 2억9050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국내 시장규모도 2002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시장의 0.87%(IDC 블랙북 2002년 9월)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GDP나 무역 거래량, 정보화 수준 등과 비교하면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원인을 전문가들은 정부의 SW 육성정책에서 찿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제조업과 HW 인프라 중심의 지원정책을 펼쳐옴에 따라 상대적으로 SW산업 육성에 등한시했다. 그나마 그동안의 진흥정책은 SW산업이 성장 초기인 점을 감안해 산업의 외형과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 인력, 기술, 내수 등 산업 구성요소를 양적으로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정부의 육성정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종선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장(신SW상품대상 심사위원장)은 “그동안 정부는 국내 SW기업의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아쉽게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과 제품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따라서 이제 정부는 우리 SW산업의 경쟁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 및 제품 개발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보다 과감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최근들어 세계 SW산업이 포스트PC와 유니쿼터스를 중심으로 대변혁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SW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지난해 11월말 발표한 ‘SW산업진흥정책’이라는 보고서에서 “가전·방송·통신·정보기기 등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미래 기간산업으로 SW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SW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망과 무선통신망, 가전과 자동차 등의 제조업 기반, 진취적인 SW 벤처기업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포스트PC와 유비쿼터스의 출현에 따른) 새로운 SW시장에 진입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전체 SW산업에서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시장의 흐름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력과 자본을 집중 투자해야 할 몇가지 분야를 꼽는 데 서슴지 않는다.
권태승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리눅스를 비롯한 공개(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보급을 활성화하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육성을 통해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하는 것”을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유망한 분야를 미리 선택하는 톱다운 방식과 시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유망한 분야를 찾아내는 바텀업 방식을 적절히 혼용해야 한다”면서도 SI, 전자정부, 모바일 솔루션, 인터넷 솔루션, 임베디드SW 등을 차기 정부가 집중 육성해야 할 분야로 선택했다.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미들웨어, 임베디드 리눅스 등도 유망 분야로 꼽힌다.
특히 시스템통합(SI)산업의 경우 국내 SW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클 뿐 아니라 수출 가능성도 높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통부에 따르면 2001년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SI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적으로 67%, 국내에서는 75%나 된다. 이같은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는 지난 2001년 12월 관계부처 공동으로 ‘SI산업활성화방안’을 마련했고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 등을 추진했지만 관련부처의 이견돌출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따라서 관련업계는 차기 정부가 SI 산업육성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입찰가격 하한선 제도’의 확대, 사업자 선정시 가격점수 비율축소 등 SI산업 건실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개발과 관련된 R&D분야의 투자확대 △글로벌 마케팅 능력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 채널구축을 위한 지원 △세계적인 기술력을 겸비한 전문인력 양성 △산·학·연의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 유지를 위한 지원정책 △세계 기술표준 확보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 등을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던졌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도움 주신 분=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김현수 국민대 교수(한국SI학회장), 황종선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장, 권태승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 이재웅 티맥스소프트 사장, 서영진 미지리서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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