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45)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KADO:Korea Agency Digital Opportunity & Promtion)의 새해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벅차다.
새해 들어 한국정보문화센터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으로 승격, 새 사령탑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념처럼 간직해온 정보격차 해소 사업에 활력을 더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이 교차하고 있다.
손 원장 자신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지만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한 필적할 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실무와 이론을 겸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초대 사령관으로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99년까지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정보문화기획본부장으로, 지난 해에는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으로 재임하며 한국정보문화센터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으로 승격하는데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그는 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문화기획본부장으로 1000만명 국민 정보화 교육사업을 진두지휘하다가 돌연 퇴직하고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로 말을 갈아 탄 적도 있다.
손 원장은 “IMF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 한국정보문화센터도 예외일 수 없었다”며 “구조조정 한파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 둘씩 떠날 때 간부의 한 사람으로서 적잖은 책임감과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정보격차 해소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은 결국 한국정보문화센터로의 복귀를 재촉했다.
산하기관 책임자보다 교수가 안정적이라는 주위의 극심한 만류도 그의 결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손 원장이 한국정보문화센터로 복귀를 결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사회학자인 손 원장이 정보격차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유학을 준비하던 중 장애인단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일반인이라면 쉽게 접근하고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에 장애인은 철저하게 소외돼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다.
산업사회에서의 이런 불평등이 정보사회에서도 여전하다는 게 손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와 인터넷 이용자 규모가 전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과연 최고인가’ 혹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인가”에 대해 지금도 고민중이다.
농·어촌, 장애인, 주부, 노인 등 정보 소외계층으로부터 ‘인터넷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사회 전반에 IT가 확산되면서 정보격차가 줄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대별·학력별·지역별·성별·계층별 정보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원장은 IT가 비록 정보격차라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유발시켰지만 역설적으로 IT는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신(神)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사회에서 사회적 불평등은 정보획득 여부에 따라 결정됐다. 가진 자가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 심화시켰다. 이런 불평등은 정보접근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됐지만 IT기반 정보사회에서는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원장은 이에 대한 가능성과 실마리를 지난 2002년 월드컵과 대선에서 찾았다.
“전국민이 모두 붉은 악마를 자처하며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누구나 쉽게 정보를 나누고 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유권자 운동은 누군가 강요했다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가 손 원장이 진정으로 바라는 정보사회다.
손 원장은 △정보소외계층을 위한 정보접근 환경조성 △정보격차 해소 관련 기술 및 콘텐츠 개발·지원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협력 △정보이용능력 배양을 위한 국민정보화교육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인식 확산 및 홍보 △국민의 생산적 정보활용 촉진 및 오·남용 예방 △정보격차해소 정책개발 지원 및 조사연구 등 7대 핵심사업을 위해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결집, 국가 차원 정보격차 해소 프로그램인 ‘그랜드 프로젝트’를 상반기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 손 원장은 올해 동남아·동유럽·중남미 등 IT 후발국의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교육 등 봉사활동인 해외 인터넷청년봉사단 파견사업과 국제 정보격차 해소 지원사업의 일환인 ‘인터넷플라자’ 설립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손 원장은 인터넷청년봉사단의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고 인터넷플라자 설립 사업도 지난해 캄보디아에 이어 올해에는 3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두 사업에 대한 손 원장의 신념은 남다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른 나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IT분야에서는 이제부터 다른 나라에 혜택을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보유한 IT선진국의 노하우와 문화를 IT후진국에 전달하는 것은 문화·기술적 혜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IT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지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한껏 높아진 IT코리아의 위상에 만족하지 않고 IT를 외교사절로 삼아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다시한번 떨치겠다는 의도다.
소탈한 성격의 손 원장은 주말에 가족과 함께 일산 호수공원에서 조깅과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게 유일한 취미다. 특기는 한때 애버리지 170을 기록했던 볼링.
부인 이은미 여사(41)와 함께 올해 중학생이 되는 차영(13),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하영(10) 두 딸을 뒀다.
손 원장은 ‘모든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보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감동을 주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정보격차 없는 IT복지사회 건설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58년 강릉 출생 △84년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학사) △88년 미국 유타주립대 사회학과 졸업(학사) △91년 미국 텍사스 A&M대 사회학과 졸업(석사) △ 94년 미국 텍사스 A&M대 사회학과 졸업(박사) △95∼99년 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문화기획본부장 △99∼2002년 숭실대 사회과학대학 정보사회학과 교수 △2001∼2002년 숭실대 사이버연구센터장 △2001∼2001년 정보통신부 정책평가 및 심사위원 △2001∼2001년 국무총리실 정보화 평가위원 △2001∼현재 정보통신윤리학회 감사 △2001∼현재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 △2002년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 △ 2003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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