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도쿄대 사이토 다다오 명예교수

"유비쿼터스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유비쿼터스는 2003년 우리의 화두다. 그것은 앞으로 개인은 물론 사회·국가까지도 변하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유비쿼터스를 보아야 하고 또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가.

 전자신문은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 일본의 유비쿼터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총무성 산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의 장래 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이하 유비쿼터스 연구회)’의 좌장이며 도쿄대 명예 교수인 사이토 다다오(61)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7일 요코하마 셰라턴 호텔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요즘 일본에선 유비쿼터스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딱 꼬집어 무엇이다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가 연결가능한 사회’라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디에서든 네트워크가 가능하고 무엇이든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회를 유비쿼터스 사회라고 흔히 얘기합니다. 이를 위해 주변 물체들에 컴퓨터 칩을 집어넣어 아이덴티티(자기정보) 발신 및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할 필요가 있구요. 따라서 저렴하면서도 통신기능을 갖춘 칩 개발 등 기술 발전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유비쿼터스를 얘기할 때 모두들 이런 기술을 중심으로 거론합니다. 하지만 정작 유비쿼터스 사회를 실현하는 데는 이런 개념 및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유비쿼터스를 실현할 기술기반만으로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도래하진 않습니다. 즉, 이를 이용할 수요가 필요합니다. 앞서 얘기한 칩 가격도 대량 생산돼야 인하될테고 그럴려면 그만한 수요가 있어야지요.

 결국 정부의 역할이 요구됩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일반 도로에 장애자를 위한 칩을 내장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칩을 묻어 시각장애자의 지팡이에 있는 칩에 ‘여기서부터 찻길입니다’ ‘지금은 파란불입니다’라는 정보를 보내주는 유비쿼터스 사회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회환경을 마련하는 데 유비쿼터스의 성패가 있습니다. 덧붙여 유럽에서는 2005년부터 유로 화폐에다 칩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유비쿼터스시대의 도래는 PC시대 종언을 얘기하는 것인지요.

 ▲유비쿼터스의 출발점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PC에서 무엇이 불편한가’입니다. 저같이 회사, 집 등 4대의 PC를 쓰는 사람은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곤혹을 치르곤합니다.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프린트를 하려면 여간 번거롭지 않습니다. 휴대폰에 있는 정보를 PC, PDA 등과 공유하기도 어렵구요. 안전성(시큐리티)도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이런 PC의 불편함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유비쿼터스의 시작점입니다.

 -PC산업 종언을 거론할 때 사이토 교수가 말씀한 대로 PC의 사용 불편함이라는 점말고도 1인 1대 보급으로 시장이 포화상태고 ‘무어의 법칙’이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0년전만 해도 대기업에만 있던 컴퓨터가 반도체 및 LSI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PC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출하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에 따른 LSI의 대량 생산과 가격하락 그리고 다시 컴퓨터 보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었지요. 같은 논리로 이동전화단말기도 거듭 발전·보급돼 왔습니다. 하지만 1인 1대 시대가 실현되면서 PC시대의 종언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반만에 2배가 된다’입니다. 5년이면 같은 크기의 반도체 성능이 10배가 된다는 말이지요. 반도체 패자인 인텔은 법칙에 충실해 ‘같은 크기, 같은 가격에 성능은 5년에 10배 개선된 반도체를 내놨습니다. 요즘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개인들이 PC성능이 더 나아져야 할 이유를 반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맥락이라면 무어의 법칙이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무어의 법칙은 같은 성능을 가진 반도체가 5년에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이쪽을 따르겠지요. 값이 싸진 만큼 주변 모든 물체에 반도체를 집어넣어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것, 바로 유비쿼터스 사회입니다.

 개인적으론 반도체 및 회로기술이 2015년까지 무어의 법칙대로 발전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유비쿼터스를 통해 미국에 끌려다닌 PC시대를 종언시키고 새 IT시대를 이끌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압니다. 유비쿼터스시대 일본의 강점과 단점을 짚어주십시오.

 ▲왜 일본이 지난 90년대 IT혁명기에 끌려다녔나를 이해하면 빠르겠네요. 일본 산업은 이른바 ‘완전산업’입니다. 소프트웨어(SW)든 일반 상품이든 완전하지 않은 물건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뿐더러 팔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해서 ‘다운되는 오퍼레이션’을 만들리가 없었죠. 일본 PC메이커들은 지금도 PC가 다운되면 윈도 탓으로 돌리고 자신들 제품이 완전하다고 변명할 정도입니다. 또 한가지는 일본업체들은 개별 튜닝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SW나 시스템을 은행 등에 납품할 때 자신들만을 위한 튜닝을 요구합니다. 결국 일본이 애플리케이션이나 패키지에 약한 원인입니다.

 -완전성 추구는 신제품을 만드는 스피드를 떨어뜨리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는 측면이 있지요.

 ▲결국 하나의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기까지 험난한 게 일본입니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중시되고 기본에 충실한 완벽한 네트워크와 칩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미국보다 일본이 유리합니다. 덧붙여 정보가전 등 일본 제조업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는 것도 강점입니다. 약점은 막강한 알파벳의 힘입니다. 미국이 들고 나오는 ‘오픈 시스템’은 알파벳에 기반을 둡니다. 거기에는 한·중·일을 대변하는 한자조차도 제멋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해 한국·일본이 세계에 대고 동양문화를 이해시켜나가야 합니다.

 -일본 정부도 유비쿼터스를 호기로 보고 적극적입니다. 총무성 산하 유비쿼터스 연구회는 지난 6월 향후 2005년까지 세가지 요소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적, 브랜드상품, 유가증권 등 모든 물체를 네트워크에 연결시키기 위한 1㎜ 이하의 초소형 칩 △일상생활에서 이를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종래 1만분의 1 이하의 리얼타임 대응이 가능한 네트워크 기술 △위치에 관계없이 네트워크 연결을 가능케 하는 통신서비스 기술이 그것입니다.

 ▲기본기술을 쌓자는 겁니다. 칩과 네트워크는 유비쿼터스 사회의 기반이 되는 기술입니다. 이런 기반 위에 새 시대에 맞는 애플리케이션, 새 시대가 요구하는 SW 그리고 이를 고려한 칩 아키텍처를 개발해야 하구요. 앞으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겨날 겁니다. 이를테면 상품에 붙여놓는 태그(꼬리표) 상호간 네트워크입니다. 새 네트워크의 기본은 확장성과 시큐리티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존재하는 바코드는 여전히 유용합니다만 네트워크성은 물론, 확장성과 시큐리티를 충분히 갖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네크워크로 충분하다면 이를 따를 것이고 아니라면 새로운 일본발 네트워크를 만들겁니다.

 -얘기가 다시 돌아옵니다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꼭 유비쿼터스 시대로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도 듭니다. 실현하기 위한 엄청난 비용, 심각해질지 모르는 디지털디바이드, 곳곳에 컴퓨터를 심어놓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반작용 등 숱한 과제를 떠안으면서까지 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 ‘꼭 경제성장이 필요한가’라는 물음과 같습니다. 경제성장 없이도 인간은 지금 이대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가 답할 문제입니다. 단지 경제성장을 선택한다면 유비쿼터스는 와야 하고 올 것입니다. 왜냐하면 포화된 시장을 뚫고 새로운 원동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일본 혹은 한국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겠습니까.

 ▲새시대 도래를 인지하고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인식과 비전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유비쿼터스는 진행중입니다. 유비쿼터스를 실현시키기 위해 통신기능이 있는 칩 가격이 10엔(100원) 이하여야 한다고 얘기되지만 이미 통신기능을 빼면 개당 10엔 이하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통신기능을 더해도 200∼300엔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PC에만 프로세서가 들어있다고 착각하지만 전세계 프로세서 사용량에서 PC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 2%입니다. 이동전화, 자동차, 냉장고 등에 막대한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미 유비쿼터스 시대는 반 이상 와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을 받아들일 사회적 배경입니다. 이런 유비쿼터스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과 이것들을 활용할 아이디어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예를들어 90년대 전세계 정보통신을 장악했던 미국의 경우 72년 제록스사에서 알토(alto)라는 PC가 나왔고 80년대 이미 PC라는 컨셉트를 사회 전반이 받아들였습니다. 해서 90년대 보급기에 돈을 벌었고 앞으로 10년 더 돈을 긁어갈테지요.

 -한국에 그같은 발상을 가진 ‘u코리아 비전’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큰 틀에서의 유비쿼터스 한국 전략인 셈입니다.

 ▲유비쿼터스는 이미 세계적 흐름입니다. 앞으로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산업을 탄생시킬 겁니다. 이에 대비해 사회 전체가 앞서 보고 높은 관심을 지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u코리아 비전’은 굉장히 좋은 발상입니다. 유비쿼터스를 가로막는 기술적 난관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토 다다오 교수는 누구인가

 사이토 다다오는 한국에선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다. 학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오며 일본 IT 싱크탱크를 맡아온 만큼 한국 언론에 소개될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에서는 적보다 동지로서 일본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는 우리에겐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그는 현재 총무성 산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의 장래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 좌장으로 유비쿼터스 사회를 맞이하는 일본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한 일본 IT전략을 이끄는 실질적 파워를 가진, 총무성내 자문기관인 정보통신심의회 좌장대리 겸 전기통신사업부 회장을 맡고 있다. 일본 정부 IT정책 핵심 브레인인 셈이다.

 여기다 ‘고속통신시스템상호접속(HATS)추진회의’ 회장, ‘IFIP TC6’ 일본 대표, 멀티미디어추진포럼 위원장, 연구개발용기가비트네트워크운영위 위원장 등 정부내에서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또한 도요타IT개발센터 대표 연구원이자 도쿄대 명예교수, 주오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지난 99년에는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로부터 세계 정상급의 탁월한 학술업적과 학술지도적 지위를 성취한 석학에 주어지는 명예인 ‘펠로(Fellow)’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전자회로입문, 디지털회로, 계산기아키텍처, 프트란77에 의한 프로그래밍 입문, 디지털통신망 입문 등이 있다.

 <이력>

 △41년생. △63년 도쿄대 공과대학 졸업. △74∼75년 캘리포니아대학 객원연구원. △86∼2001년 도쿄대 교수(전자정보공학 전공). △90∼94년 도쿄대 교육용계산기센터장. △95∼98년 도쿄대 대형계산기센터장. △94∼2001년 문부성 학술국제국 과학관. △2001 도쿄대학 명예교수.

 

 ■유비쿼터스 연구회는 무엇인가

 사이토 교수가 좌장으로 이끌고 있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의 장래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는 지난 2001년 12월에 발족한 유비쿼터스 관련 일본내 싱크탱크다. 유비쿼터스 사회의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요소기술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조직이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무엇이든지, 어디서든지 네트워크 실현을 향해서’라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 올해 정부 예산에 유비쿼터스 예산 항목을 만들도록 한 주체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에서 ‘세계 최첨단 IT국가를 목표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할 것을 기대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일본정부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선보였다.

 주요 멤버로는 사이토 좌장을 중심으로 마쓰시타 솔루션사업부 담당이사, 일본전신전화 정보유통기반총합연구소장, NTT도코모네트워크연구소장, 소니 특별이사, 후지TV 솔루션기술국 지사장, 히타치 중앙연구소장, 후지쯔 연구소 상무이사, 도시바e솔루션 수석 집행이사, 도요타자동차 집행이사 등이 포진해 있다. 즉 통신계열, IT·솔루션계열, 자동차계열, 방송계열 등 유비쿼터스 관련업계의 핵심과 학계 출신들이 중추를 이루는 실질적인 민관학 유비쿼터스 연구회인 셈이다.

<요코하마=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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