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부문 기상도는 한마디로 ‘매우 맑음’이다.
산자부가 매출액 기준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3년도 설비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1.1% 증가에 그쳤던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무려 10.2%나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이 마이너스 10% 이하면 매우 흐림, 마이너스 10∼0%이면 흐림, 0∼10%이면 맑음, 10% 이상이면 매우 맑음을 각각 의미한다.
특히 IT산업은 반도체·정보통신·전자부품·가전 등 모든 업종에 걸쳐 내년에는 구름이 걷히면서 맑아지거나 더욱 맑아지는 등 전체적인 투자증가세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전통 주력산업의 경우 자동차·일반기계·석유화학 등은 매우 맑아지는 데 반해 유통·조선·정밀화학 등은 매우 흐려지는 등 업종별로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도 내년에는 IT산업 부문의 투자확대와 더불어 R&D 및 정보화투자 등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IT업계의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반도체, ‘구름이 걷히고 매우 맑아짐’(마이너스 4.0→12.8%)=반도체업계는 올해 IT경기전망의 불확실성 등으로 설비확장보다는 원가절감 및 생산기간 단축 등을 위한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에 중점 투자했다. 이 결과 설비투자는 4조8746억원으로 지난해(5조772억원)에 비해 4.0% 감소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세계 IT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신제품 생산 및 기존 설비확장 등 생산투자를 중심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 5조4986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보통신기기, ‘매우 맑아짐’(1.0→12.2%)=올해 정보통신기기업계는 기존 과잉 설비투자에 대한 조정과 구조조정에 따른 영역축소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신제품 출시를 대비한 생산투자 확대로 전체적인 설비투자 금액은 올해(3조5027억원)보다 12.2% 늘어난 3조9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자부품, ‘계속해서 매우 맑음’(24.9→23.7%)=전자부품업계는 올해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존 설비의 합리화 투자를 대폭 늘렸으며 기술력 향상을 위한 R&D투자도 꾸준히 늘렸다. 올해 2조2076억원을 투자한 업계는 내년에도 통신기기, 디지털가전 등 완제품 및 세트제품의 수출 및 내수증가에 힘입어 생산투자를 중심으로 2조7308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는 올해보다 23.7% 늘어난 금액이다.
◇가전, ‘다소 흐려짐’(22.9→1.0%)=가전업계는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특수에 따른 수출 및 내수증가에 힘입어 신제품 생산, 기존 생산라인 확장 등 생산투자와 R&D투자를 크게 늘렸다. 이 결과 설비투자는 3668억원으로 지난해(2984억원)보다 22.9%나 증가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전체적인 설비투자는 전년수준을 유지하되 고부가가치 첨단 디지털 신제품 개발과 이를 위한 R&D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설비투자금액은 올해보다 1.0% 늘어난 3704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유통, ‘매우 흐려짐’(28.7→마이너스 12.0%)=유통업계는 올해 대형할인점의 신규 출점 경쟁과 점포확장 등으로 설비투자를 지난해(1조3233억원)보다 무려 28.7% 늘렸다. 하지만 내년에는 민간소비 감소예상 등으로 인해 신규출점이 줄어들면서 설비투자 또한 큰 폭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규모도 올해 1조7037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4998억원으로 12%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R&D·정보화투자, ‘매우 맑음’=내년에는 기업들의 R&D 및 정보화 투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2조5372억원) 전년에 비해 9.6% 증가에 그쳤던 R&D투자는 내년(3조140억원)에는 18.8% 증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9275억원) 전년에 비해 무려 30.7% 증가했던 정보화투자의 경우 내년(1조1781억원)에도 27.0% 증가, 2년 연속 높은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내년에는 신제품 생산 및 기존 설비확장 투자 등 생산투자가 올해(15조3956억원, 마이너스 7.5%)보다 9.1% 늘어난 16조796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자동화·유지보수·에너지절약 등 합리화 투자는 6조8293억원으로 올해(6조3891억원, 27.5%)보다 6.9% 증가에 그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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