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두루넷 인수 의미

 하나로통신이 지난 3월 두루넷 인수협상 결렬을 선언한 후 물밑협상을 통해 9개월 만에 두루넷의 인수를 확정했다. 이날 두 회사의 지분양수도 계약 체결은 두루넷과 데이콤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특히 데이콤은 두루넷의 인수를 통해 130만 가입자를 확보해 단숨에 초고속인터넷의 강자로 올라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반면 하나로통신은 외형적으로 KT와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배경=하나로통신은 일단 최대 수익원인 초고속인터넷의 양강구도 정립을 통해 자립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은 하나로통신·두루넷·드림라인 3사가 독자브랜드로 영업활동을 벌이겠지만 상법상의 절차를 완료한 후 합병하는 수준을 거치면 KT와 양강구도를 유지하면서 이 부문 시장의 수익을 기반으로 독자생존의 틀이 어느 정도 갖춰진다는 의미다.

 물론 데이콤이 파워콤을 가져가면서 LG그룹의 통신3강 조성이 유리한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나름대로 독자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의 성격도 짙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신시장 재편과정에서 유리한 환경조성 측면도 있다. 또 VDSL을 앞세운 민영화된 KT의 전방위 공세도 부담이다. 신규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시너지효과 있나=우선 하나로측은 두루넷·드림라인의 가입자를 합하면 43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돼 480만명의 KT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오는 2007년까지는 모두 6220억원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루넷도 부채상환은 물론 양사간 중복투자 방지와 마케팅비용 축소 등의 효과를 내 내년이면 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로측은 특히 주문형비디오(VOD)·인터넷전화(VoIP)·디지털미디어센터(DMC)·소규모네트워크 등 신규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두루넷의 포털 자회사인 코리아닷컴과 하나로통신의 포털 자회사인 하나포스닷컴을 통합해 포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KT 관계자는 두루넷과 드림라인이 모두 케이블인 광동축혼합(HFC)망인 점을 들어 본격화된 자사의 VDSL 공세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HFC망의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VDSL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게 KT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망=일단 초고속분야에서 하나로통신의 지배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KT에 버금가는 가입자 규모를 갖춘데다 다양한 결합서비스를 앞세워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어떤 식으로든 다가올 통신시장의 재편과정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코리아닷컴과 하나포스닷컴을 이용한 포털부문의 사업강화와 다양한 신규사업의 진출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VDSL을 앞세운 KT와의 힘겨운 경쟁이 남아있고 부채부문도 부담이다. 현재 하나로는 약 2조원, 두루넷은 88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유치금액 13억5000만달러 중 7억원 정도가 5년만기 장기차입 형태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