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로부터 역사상 최악의 컴퓨터 범죄자로 낙인찍혔던 전설의 해커 케빈 미트닉(39)이 최근 아마추어 무선사(햄) 자격증을 재취득해 눈길을 끌고 있다.
AP에 따르면 연방통신위원회(FCC) 행정법 판사인 리처드 시펠은 감옥에 수감중이던 지난 99년 햄 자격 갱신을 신청했던 미트닉의 자격 재취득을 23일(현지시각) 허용했다. 이번 결정에 앞서 FCC는 그의 해킹 전력을 문제삼아 자격증 부여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청문회까지 개최했었다. 이와 관련, 시펠 판사는 “미트닉은 호기심이 강한 10대에 해킹을 시작했고 중범죄자가 됐다”며 “그가 정직하고 생산적인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트닉이 햄 자격증을 재취득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댓가는 적지 않았다. 자격증 갱신을 위해 법정비용을 1만6000달러 이상 썼다는 그는 자신의 자격증에 대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햄 자격증일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미트닉이 이같이 주변의 우려를 사는 데는 그럴 만한 충분한 사연이 있다. 그는 지난 95년 모토로라·노벨·노키아·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의 시스템을 비롯해 남부 캘리포니아대 시스템의 데이터를 뒤바꿔 놓고 소프트웨어를 훔친 혐의로 체포돼 2000년 1월까지 5년 동안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했었다. 당시 검찰은 그가 기업 컴퓨터 네트워크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며 기소했었다. 특히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되기 전까지 3년 동안 FBI의 수사를 유유히 따돌리며 해킹을 계속해 해커들로부터 숭배의 대상이 됐다.
현재 미트닉은 집행유예 기간이어서 인터넷 접속과 여행, 취직 등의 제한을 받고 있으나 다음달 10일이면 집행유예마저도 끝나 자유롭게 인터넷 서핑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인터넷 사용이 허락되지 않은 것은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과 같았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미트닉은 이제 집행유예가 끝나는대로 기업이 컴퓨터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을 창업할 것이라며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사실 그는 컴퓨터 보안에 대한 조언을 위해 TV에 출연하고 의회나 법정에 전문가로 증언에 나서는 등 이미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또 지난 10월에는 ‘사기의 기술(The Art of Deception)’이라는 저서를 내놓았고 해킹과 관련한 시나리오도 집필하기까지 했다. 그의 또 다른 변신이 주목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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