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취미삼아 PC 개조하는 `모딩` 유행

 ‘획일적인 베이지색은 더이상 싫다.’

 PC를 싫증나는 기기에서 세련된 기기로 탈바꿈시키려고 수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컴퓨터 애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다.

 이들은 드라이버와 실톱, 에어 브러시를 손수 들고 PC의 성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PC의 외관을 각종 액세사리의 진열장처럼 바꿔놓는 PC 개조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이 PC를 장식하는 액세서리들로는 크롬 외장 석쇠, 냉음극 형광조명, 수냉식 라디에이터, 발광 다이오드가 박힌 팬, 투명한 케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맞춤형 PC의 케이스는 대체로 일반 PC 케이스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대신 불꽃 모양이나 정글에서 보는 넝쿨이 케이스 바깥면에 호화롭게 그려져 있다. 좀 심한 경우에는 케이스가 큰 가방이나 휴지통 또는 외계인 모양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처럼 PC 모양을 바꾸는 취미인 일명 ‘모딩(modding)’은 자동차 개조와 여러가지 면에서 흡사하다. 64년형 무스탕의 점화시간을 미세 조정하든, 2.8㎓ 펜티엄 칩의 속도를 권장속도보다 높이는 ‘오버클로킹’을 하든 목표는 똑같다.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기기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누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의 유사성은 여기서 끝난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로저 케이는 “모딩이 취미인 일명 ‘모더’들은 대체로 근육보다는 두뇌에 가깝고 좀 심하게 말하면 얼간이 같다”며 “터보 엔진을 붕붕거리며 개조 차를 빠르게 운전하는 터프가이처럼 젊은 여자의 환심을 사는 것이 이들의 1차 목표는 아니다”고 해석했다.

 오히려 이들은 똑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에게 자랑하려고 모딩을 한다. 모딩은 ‘언리얼 토너먼트’나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게임을 치열하게 벌이는 ‘LAN 파티’에서 시작됐다. 이 모임은 이후 멋지게 개조한 컴퓨터들의 전시장으로 발전됐다.

 샌안토니오에서 온 소아과 간호사 스카일러 애덤스(26)는 “LAN 파티에서는 모드가 인기있다”며 “컴퓨터가 빠르다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품과 모양도 끝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조 컴퓨터 전시회나 경연대회는 인텔 등 기술기업이 후원하는 단체인 ‘사이버애슬릿 프로리그(Cyberathlete Professional League)’가 주관하는 게임대회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이 리그는 지난 22일까지(현지시각) 댈러스에서 개최된 ‘펜티엄4 프로세서 2002 겨울행사’에서 모딩 컴퓨터 경연대회를 게임대회와 함께 열고 상금으로 현금도 내걸었다.

 컴퓨터를 개조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부품과 액세서리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예를 들어 둥근 데이터 케이블은 최저 20달러 정도다. 케이스 내부를 네온보다 더 밝게 하는 냉음극 조명과 여러 색상이 들어간 수냉 튜브, 환상적인 팬들도 저렴한 편이다. 이에 비해 특수 냉각기 같은 일부 이색적인 부품의 가격은 수백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http://www.pc-mod.com’과 ‘http://www.so-trickcomputers.com’ 같은 온라인 사이트들이 자사 제품 라인을 다양하게 늘리면서 전체적으로 모딩가격은 떨어지고 부품구입도 수월해지는 추세다. 모딩이 현재로서는 고작해야 수만명 정도밖에 안되는 틈새시장에 불과하지만 이 시장의 이윤은 짭짤한 편이다.

 모딩이 흑자시장이다보니 소매회사 컴프USA도 최근들어 PC토이스(http://www.pctoys.com)가 만든 PC 성능 향상 및 데코레이션 부가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부 모더는 주위의 부러워하는 눈길이나 가끔 수상하는 트로피 정도로 모딩의 자아를 실현할지 모르나 일부 모더는 그렇지 않다. 텍사스 테렐 출신으로 정보보안 전문가인 앤터니 스탠리(27)는 “나같은 경우에는 돈을 바라보고 모딩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개조한 컴퓨터 ‘슈프림 소비에트’로 사이버애슬릿 프로리그의 펜티엄4 프로세서 2001 겨울행사에서 1등을 차지해 1700달러의 현금과 각종 부상을 받았다. 그는 올해 같은 겨울행사에도 출품할 예정이지만 출품작에 대해서는 ‘1급 비밀’이라며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에일리언 헤드’를 출품해 올 여름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루이지애나 메테리 출신의 마크 웨이츠(49)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스탠리는 와이츠를 막강한 적수로 여기고 있지만 모딩이 젊은이만이 누리는 취미라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부분 모더를 혼다 시빅을 과속 운전하는 젊은 애들쯤으로 여기지만 실은 모더들 대부분이 30대”라고 설명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