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대기업 생체인식 시장 진출하나

 올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낸 생체인식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지의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 대기업 내부에서도 사업진출의 효용성에 대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대기업의 생체인식 시장 진출이 조만간 가시화될 경우 시장규모의 급증과 영세업체의 정리 등 시장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황=IT 관련 대기업 가운데 생체인식에 가장 적극적인 업계는 시스템통합(SI)이다. 아직 독자적인 사업을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생체인식 전문 업체와 제휴를 통해 시장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생체인식 사업을 실시한 현대정보통신은 부장급 인력을 담당 팀장으로 하는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10개 전문 솔루션업체와 결성한 사업협의체 내에 지문인식 전문업체인 휴노테크놀로지가 함께 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또 이와 별도로 지문인식 솔루션 업체인 D사와 해외사업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소프트엑스포2002에서 지문인증 솔루션을 발표했다.

 삼성SDS도 지문인식 사업부를 별도로 운영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재 지문인식 솔루션 업체인 디젠트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양사가 협력해 지문인식 기술을 이용한 기업용 인증 솔루션인 핑거렉스 개발을 완료했다. 또 삼성전자와 협력해 노트북과 데스크톱에 탑재할 지문인식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밖에 LG전자는 홍채인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효성데이터시스템과 LG엔시스에서 금융자동단말기에 지문인식 센서를 내장해 지문으로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만드는 단말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미와 전망=무엇보다 대기업의 생체인식 시장 진출은 ‘파이’가 커진다는 신호탄이다. 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생체인식 시장규모는 약 830억원에 이른다. 이는 작년 430억원에 비해 80% 가량 성장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만일 대기업의 시장진출이 가시화되면 적어도 내년에는 1500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내수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모든 입국자의 신원을 생체정보로 인증하겠다고 밝힌 미국을 비롯해 유럽 몇몇 국가들은 국가 차원의 생체인식 솔루션의 도입을 천명했다. 아직 기술력에 비해 외형적인 모습이 부족한 국내 생체인식 전문업체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전면에 내세워 해외 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대기업과 협력을 이뤄내지 못한 생체인식 전문 업체는 고전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기업용 솔루션과 달리 출입통제 장치처럼 대중적인 브랜드 파워가 필요한 상품의 경우 대기업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모 IT 대기업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생체인식 분야의 시장성에 대해 의견이 정리되지 않아 올해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해외에서 수요가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부터는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진출이 국내 생체인식 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반면 전문업체의 활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속성상 생체인식 전문업체가 종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먹이사슬 구조에 입각한 분석이다.

 한 생체인식 업체의 사장은 “대기업의 시장진출은 분명 환영해야 하지만 자칫 전문업체가 재주넘는 곰이 될 수도 있어 걱정이 앞선다”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협력모델이 빨리 나와야 제대로 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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