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IT]IT코리아의 심장은 여전히 뜨겁다

 인터넷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경제대국 한국, e코리아 깃발이 솟아 오른 지 3년째 접어든다. 2000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닷컴신화는 새천년 e코리아 강국 건설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지만 기대한 만큼이나 굴절도 심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우리에게 ‘새로운 IT신화를 만들 수 있다’는 또 다른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2002년 시작을 돌이켜보자. 사상 최악의 경기 불황 속에 2년전으로 뒷걸음질친 매출과 곤두박질 친 수익. 이처럼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맞이한 2002년 새해 벽두였다. 그러나 2003년을 맞이한 오늘 지난 한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월드컵 결과와 붉은악마 출현,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고 평가받을 정도의 묘미를 보여준 선거,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으로 인한 한미군사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100만명의 촛불시위까지 뭔가 ‘달라지고 있는 한국’을 확인하게 했다.

 특히 한반도를 들끓게 했던 이같은 대형 사건들이 차지한 지난해, 이 모든 것을 움직인 중요한 중심축이 다름 아닌 네티즌이었고, 이는 결국 우리가 그간 갖추어 온 ‘인터넷’, 즉 ‘정보기술(IT)’의 잠재력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e코리아의 깃발이 여전히 휘날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일지만 ‘평화’로 상장되는 양의 해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남다른 이유는 바로 우리 한반도가 안고 있는 이같은 저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새로운 IT신화 창출을 향한 우리의 꾸준한 행보가 올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북아경제 중심으로 e코리아 깃발 세우자=동북아시아지역이 향후 5년 안에 북미·유럽과 함께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은 더 이상 놀라운 보고가 아니다. 중국만 해도 노동·소비시장, 일본의 자본과 기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특유의 IT 파워가 시너지를 발휘할 때 엄청난 파괴력을 지닐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의 위치, 그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잘못하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결국 가능성만큼이나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이 한국 경제의 위상을 재정립해 예상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총체적 국가생존 전략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포스트 월드컵’ 즉,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장기비전을 총체적인 국가생존 전략 키워드로 삼고 보다 구체화시켜야하는 이유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벤처, 우리 IT 희망이다=새로운 IT신화 창출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벤처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벤처가 우리 IT산업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IT 자체가 미국 등 외국에서 이식된 기술이라는 근원적인 한계에서 출발하지만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의 고리를 끊어주는 새로운 전형 창출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벤처가 어느 특정시기 유행이 아닌 산업으로 뿌리를 내려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희망에 대한 가능성은 여러 곳에서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벤처기업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8.1% 늘어난 56억1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수출증가율의 5.6배에 달하는 수치로 2001년 3%에서 4%로 증가했다. 개별기업으로는 휴맥스처럼 3600억여원의 매출을 달성, 일반 제조분야의 중견기업 수준에 이르는 규모를 이뤘다. 비록 작지만 벤처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분명한 증거다.

 옥석도 가려지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옥션 등 벤처 1세대 인터넷기업들이 흑자전환을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두 벤처가 국내 IT기업의 근간을 이룰 수 있는 산업으로 뿌리내리기에 성공했다는 지표다.

 오히려 지금부터다. 99, 2000년 모두를 놀라게 했던 벤처 붐 대신 우리는 산업으로서 자리잡는 벤처지형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노무현 차기 대통령이 이끌 신 정부 역시 위축된 벤처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벤처부흥에 대비해 탄탄한 벤처토양을 조성해야 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벤처를 이끄는 종사자 모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벤처정신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전통산업 경쟁력 확보, 더뎌도 중단없이 가자=전통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e전이). 지난해 전통산업의 e전이 움직임은 업무 효율성을 증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수단이 돼야한다는 인식으로 거듭 발전하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전통산업의 e전이가 새로운 IT신화 창출의 또 다른 핵심고리가 될 것이란 전망은 이미 우리 경제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 기간산업이나 21세기 신경제의 새로운 분야인 금융·통신 등에서 일어나는 지각변동에서 예상할 수 있다.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기종 산업이 한데 섞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비즈니스는 현재의 산업에 안주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통신기업을 견제하고자 하는 금융사들, 통신사와 경쟁체제를 인정하는 자동차제조사들. 선발 사업자들은 이미 새로운 기업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와 산업의 출현을 수용하고 있으며, 그간에 IT가 적극 활용되고 있음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의 디지털화가 업무의 생산성, 효율성에의 변화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업무 방식의 구축, 나아가 제품, 산업 구조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추세로 전개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구매나 판매 기능에 초점을 둔 e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e비즈니스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지난해 국내 IT산업을 위축케 하는 통계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세계 1등 상품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 특히 IT부문에서는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한 상품(2000년말 기준)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한국무역협회가 유엔의 국제교역통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우리나라 상품의 전세계 교역시장 경쟁력 조사에서 국제상품 분류(HS) 6단위를 기준으로 할 때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 상품은 96년 이후 해마다 감소, 지난 2000년에는 전체 5033개 품목 중 1.6%인 81개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첨단 기술력을 요구하는 전기·전자 및 기계류 분야의 경우 모두 합쳐 10개 미만에 그쳤다. 미국(1028개), 중국(731개), 독일(728개), 일본(379개) 등 경쟁국의 1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암울하게 했다.

 새로운 IT신화 창조를 위해 노력하는 첫 걸음이 차기 수종산업의 선택과 육성에서부터 시작돼야할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해 말 산자부가 액정표시장치(LCD) TV·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등 61개 품목을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 이들 품목의 경쟁력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업체별 맞춤형 지원을 보강하는 한편 적극적인 사후관리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은 중요하다. 기업 역시 정부정책지원의 의미를 파악, 기업별 일류상품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 질적 향상에 주력할 때다=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수출지향적인 경험이 풍부하고, 높은 교육열과 IT산업 활용인력이 풍부해 그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선진업체와 기술력이나 전문성을 비교할 때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SI가 하나의 산업군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CMM과 같은 국제품질인증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국내 IT시장을 뜨겁게 달군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평가모델인 CMM 레벨인증 획득 바람은 우리 IT의 과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음을 보여준다. 즉 앞서 지적한 강점과 기회요소를 이제는 품질로 승부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 모 중소기업은 미국과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최소 사항으로 CMM 인증을 요구받고 있어 CMM 인증 획득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비단 외적 요구 때문만은 아니다. 한 기업은 CMM 레벨 3단계를 인증받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에 나선 이후 제품 결함이나 관리·피드백 체계를 정착시켰다. 또 프로젝트 관련 데이터 및 산출물을 축적해 프로세스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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