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틀시스템 라종국 사장

 “전자개표에서 부정이라니요. 개표함 다시 열고 수작업으로 세어봤으며 좋겠어요. 아마 한 표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이번 대선에 전자개표기를 공급한 한틀시스템의 라종국 사장(40)은 최근 정치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자개표 부정논란에 대해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엔지니어로서 라 사장이 설명하는 논리는 이렇다. 전자개표기는 그냥 계산기일 뿐이며 개표과정에서 참관인들이 기술적 오류를 직접 검증하는 단계를 몇 번씩 거치기 때문에 물리적인 개표조작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번 대선의 개표 검증절차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얘기를 못합니다. 사람과 기계가 동시에 체크한 개표결과인데 못 믿겠다면 어떡합니까.” 그는 계속 설명했다.

 라 사장은 지난 19일 저녁 자신이 개발한 수백대의 전자개표기가 전국 2478만 유권자의 표심을 토해내는 장관을 보며 가슴 뿌듯한 감격을 느꼈다. 이번 대선에 사용된 전자개표기는 시간당 평균 1만2000장의 투표용지를 초고속으로 처리한다. 선관위가 보유한 960대의 전자개표기는 불과 두 시간 남짓한 가동시간으로 전국민의 표심을 확인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는 대선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데 전자개표기가 한몫을 했다고 자부한다.

 “예전처럼 수작업으로 검표를 했다면 전국민이 다음날 새벽까지 밤잠을 설쳤을 겁니다. 전자개표 덕분에 당일 저녁에 개표상황이 종료됐으니 국가차원의 생산성 향상에도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실제로 라 사장은 19일 밤 12시쯤 개표가 끝나자 직원들을 선관위에서 일찍 철수시켰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는 전국 단위의 전자개표를 시행하는 사례가 아직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한국식 전자투표시스템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는 펀칭방식이라 정확도가 떨어지고 일본은 아직도 투표용지에 정치인 이름을 적는 아날로그식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국산 전자개표기의 수출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이미 한 동남아 국가의 요청으로 전자개표기의 현지시연까지 끝냈습니다. 중국도 민주주의가 정착되면 직접투표가 시행될텐데 설마 10억 유권자를 수작업으로 개표하겠습니까.”

 라 사장은 향후 한국이 세계의 IT선거를 리드할 것이라며 추가로 당부했다.

 “전자개표는 지난 6·13 지방선거, 8·8보선때 야당도 검증한 시스템입니다. 애꿎은 전자개표기에 시비를 거느니 건설적인 국가비전을 함께 만들 시기가 아닐까요.”

 <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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