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김씨(33). 그는 오늘 저녁 해외 바이어와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오늘은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일본과 A매치를 벌이는 날. 예전 같았으면 고민했을 그지만 이제 휴대폰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휴대폰으로 거실 DVD 녹화기를 작동시킨 뒤 회의가 끝난 후 집에 가서 자동녹화된 축구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에 도착하기 20분 전 이동전화로 전자레인지를 돌려 만두도 먹을 참이다.
김씨의 이 같은 하루 일상은 먼 미래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아니라 올해 우리의 일상에서 실현될 장면이다.
이 같은 꿈의 가정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가정내 모든 전자제품과 모바일 통신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집 안팎 어디에서나 PC 또는 휴대폰으로 조절하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꿈의 가전’ ‘미래형 가전’으로 불리는 홈네트워크가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서 꿈을 실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화의 급속한 진행과 정보와 가전기술의 융합에 힘입어 벌어지고 있는 가정내 홈네트워크 혁명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TV·PC 및 인터넷을 앞세운 홈네트워크 혁명은 ‘편리, 안전,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며 가전제품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까지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휴대폰과 유선전화로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웹모니터링을 통해 집안 내부를 지켜보고 방범·방재 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안전한 생활이 이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또한 현관에서는 방문자가 영상 메시지를 남길 수 있고 침실에서는 원격진료시스템으로 의사와 영상상담이 가능하다.
TV는 맥박을 재서 외부 의사와 상담하게 하거나 버튼 몇 개를 눌러 인터넷쇼핑을 할 수 있게 한다. 홈네트워크 시대에서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라 외부와 연결하는 하나의 ‘창’으로 거듭 태어난다.
집 밖에서는 이동전화나 노트북으로 가전기기를 조종한다. 더구나 저장된 콘텐츠를 야외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TV·DVD플레이어·노트북 등으로 재생해 즐길 수 있다.
가족 모두가 집을 비워도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관에 있는 외출버튼을 눌러 ‘외출기능’을 설정하면 도둑이 침입할 경우 경보음과 함께 보안업체에 즉시 통보된다.
특히 정보기술(IT)과의 관련성이 없을 것 같았던 주방공간은 홈네크워크의 상용화에 힘입어 최첨단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외부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전기기를 조정할 수 있고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고에서 요리정보를 확인하고 TV를 시청할 수도 있다.
냉장고의 액정화면에 수신된 아들의 e메일을 보고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 재료와 조리법을 다운로드하고 단 한번의 클릭으로 인근 할인점에 음식재료를 주문할 수도 있다.
홈네트워크는 최근 분양되는 사이버아파트의 거주환경도 변화시키고 있다. 경쟁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는 PLC와 이더넷을 동시에 지원하는 홈네트워크가 잇따라 설치되고 있다.
홈네트워크는 비단 가정혁명뿐 아니라 유비쿼터스, 디지털컨버전스 시대을 맞아 전세계에 걸쳐 가정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으면서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표준전쟁-홈네트워크
디지털 융합의 가속화는 필연적으로 기술의 표준전쟁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가전 및 IT업체들도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고 홈네트워크 표준화 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표준화 문제는 시장 주도권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쟁을 방불케 하는 홈네트워크 표준화 싸움은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니·필립스·파나소닉·히타치 등 가전업체들이 주도하는 ‘하비(HAVi)’와 MS·인텔·스리콤 등 1000여개사가 연합한 ‘유피엔피(UPnP)’ 진영 및 홈네트워크 솔루션인 ‘지니’를 선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진영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표준화 싸움의 핵심 포인트는 ‘홈네트워크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라는 기술적 차이에 있다. 가전업체들이 중심인 하비 진영은 디지털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삼는 데 비해 UPnP는 PC와 주변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현재 다양한 기술표준에 복수 가입, 기술 표준화에 대비하는 한편 기술간 호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디지털TV를 중심으로 AV네트워크 규격인 홈와이드웹(HWW)을 선보인 데 이어 소니의 HAVi,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니·UPnP 등 다양한 기술규격과 호환성을 갖추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LG전자는 독자표준방식(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을 자체 개발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표준규격인 HnCP(Home Network Control Protocol) 제정을 진행중이다. LG는 자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인터넷가전시장부터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마쓰시타와 히타치가 지난해 7월 정보가전 분야에서 손잡고 에코넷의 무선통신 표준 프로토콜을 이용해 가전제품의 홈네크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업체별 홈네트워크 전략
떠오르는 황금알 ‘홈네트워크’ 시장선점을 위한 국내외 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소니 등 가전업체는 물론 KT·SK텔레콤·두루넷 등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도 독특한 네트워킹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영역 확대를 위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LG전자(http://www.lge.com)는 자체 개발한 전력선 통신용 프로토콜인 LnCP와 운용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홈넷 서비스의 상용화를 시작했다.
홈넷은 냉장고·TV·세탁기·에어컨·가스오븐레인지·전자레인지 등 6가지 가전제품을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한 것으로 LG의 새로운 홈네트워크 브랜드다.
삼성전자(http://www.samsung.co.kr)는 MS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MS의 윈도 CE를 채택한 홈네트워크용 디지털 가전기기를 통해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은 또 CDMA 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호주·인도·중국·일본·한국을 잇는 CDMA 벨트를 구축하는 등 모바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소니(http://www.sony.co.jp)는 지난해 9월 홈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를 실현하는 코쿤(CoCoon)을 선보이며 브로드밴드 시대를 선도해나간다는 홈네트워킹 전략을 발표했다.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도 실시간 동영상과 음악파일 등 인터넷상의 비디오·오디오를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KT(http://www.kt.co.kr)는 메가패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PC와 TV를 PC2TV라는 중계장치로 연결, TV로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를 볼 수 있도록 한 홈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업그레이드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http://www.sktelecom.com)은 이동전화망을 통해 원격지에서 각 가정의 전자제품과 가스밸브 상태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는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무선인터넷 네이트(NATE)에 접속해 에어컨 온도조절, 세탁기 작동, 가스밸브 상태 표시와 차단 및 특정 콘센트 전원 개폐 등을 할 수 있다.
두루넷(http://www.thrunet.com)도 지난달부터 자회사 코리아닷컴의 동영상·애니메이션·영화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ON)TV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기고: 올해의 홈 네트워크산업 전망
박현 LG전자 상무·한국 홈네트워크協 회장
2002년 한해는 홈네트워크인들에는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홈네트워크·스마트홈 등 미래가정 모습에 대해서는 여러 해 전부터 많은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만큼 그 ‘말’들이 ‘실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그동안 네트워크와는 관계가 없었던 냉장고·에어컨·TV 등의 가전제품이 서로 연결되고 유무선망을 통해 외부의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에 연결되는 네트워크 가전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또한 신규 아파트 가운데는 간단한 가정자동화(Home Automation) 기능을 넘어서 기본적인 홈네트워크를 구현한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2003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홈네트워크 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우선 백색가전뿐만 아니라 오디오기기·TV·비디오기기·게임기기 등이 홈네트워크에 대응되는 제품으로 팔리기 시작할 전망이다.
또 신축 주택들은 단순히 인터넷이 연결된 사이버아파트의 개념을 넘어 홈네트워크 대응 주택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안 내부의 네트워크와 홈게이트웨이 등이 기본으로 설치된 홈네트워크 인증 주택이 생겨 필요한 홈네트워크 제품들만 간단히 연결하면 되는 주거환경으로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의 주요 유무선 사업자들이 신규 수익원 확보의 일환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음성통화 및 초고속 인터넷 사업보다 네트워크화된 가정을 연결해 새로운 양방향 디지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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