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게임시장이 무너진다

 “겨울 특수라고요. 옛날 이야기 하는구먼.”

 서울 용산 나진상가 지하 A게임매장 K 사장은 한숨쉬듯 말문을 열었다.

 “용산 게임시장은 한물 갔어요. 올해들어 문을 닫은 게임매장만 해도 수십개나 돼요.”

 같은 건물 2층 B매장 한 종업원도 “겨울방학을 앞두고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팔리는 제품 물량은 매 한가지”라며 손사래를 쳤다.

 나진상가에서 500m 떨어진 전자랜드는 게임매장이 눈에 띄게 줄었다. C매장 여종업원은 “지난해 1개층 모두를 게임매장이 차지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이제 겨우 4개 매장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PC게임 메카로 각광받던 용산 게임시장이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및 인터넷쇼핑몰로 소비자들이 대거 옮겨가면서 게임유통업자들이 하나 둘 용산시장을 떠나고 있다.

 용산 게임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0여개에 달하던 용산시장내 PC게임전문매장은 휴업 및 폐업이 잇따르면서 40여개로 크게 줄었다.

 용산 게임유통업체 비엔티 관계자는 “현재 용산시장의 게임매장은 전자랜드 4개 매장과 함께 나진상가 13동과 15동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어진 상태”라며 “불과 2년전만 해도 용산시장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던 게임매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용산시장의 게임매장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은 PC게임 유통시장 자체가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데다 유통채널이 대형할인점이나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배급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접근이 용이한 대형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에 훨씬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공급물량도 늘리고 있어 용산 게임매장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진상가 한 업주는 “용산시장이 매력이 없어지면서 게임배급업체들이 할인점이나 쇼핑몰보다 훨씬 불리한 가격에 제품을 받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최근 콘솔 게임기를 국내 유통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세중게임박스·대원씨아이의 경우 게임기와 게임 출시에 맞춰 특정 인터넷쇼핑몰 예약가입자에 한해 5∼10% 가량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용산 게임유통업체들은 스스로 시장가격을 무너뜨리는 ‘덤핑 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비엔티 관계자는 “최근 연말 특수를 노리고 출시된 A 타이틀의 경우 시장에 풀린지 1주일만에 소비자 가격이 20%선에 달하는 이른바 ‘꺾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불신을 심화시켜 가뜩이나 적은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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