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 마흔을 넘으면 살아온 인생이 그 얼굴에 나타난다고 한다.
인간의 품성을 외모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긴 대로 살더라는 옛말이 과히 틀리지 않음이 경험적으로 입증된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든 공산품이든 외형적 요소는 때로 그 본질을 능가하는 의미를 지닌다. 청순한 미모의 탤런트는 과거를 불문하고 천사표 이미지가 따라 다니고 성능이 고만고만한 제품도 디자인만 좋으면 몇 배 가격에 팔릴 수 있다.
차세대 로봇산업에서 외양적 디자인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로봇 디자인이란 단순히 기능성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 때문이다.
오늘날 로봇이 가진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는 주로 공상영화, 만화를 통해 영감을 받아 발전해왔다. 독일의 프리츠랑이 지난 1926년 촬영한 SF영화 메트로폴리스에는 로봇이 여주인공 마리아의 복제인간으로 등장한다. 이 흑백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로봇은 당시 로봇기술에 대한 사회적 두려움을 상징하는데 현시점에서 봐도 매우 세련된 메카닉 디자인을 갖춰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후 로봇디자인은 깡통땜질 수준을 넘어섰고 미국의 영화업자들은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을 통해 첨단로봇의 외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일본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귀여운 로봇 캐릭터도 첨단로봇산업에서 디자인부문을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들어 퍼스널로봇이 실제 생활속으로 파고들면서 로봇디자인에도 인간친화적 측면이 매우 강조되는 추세다. 로봇이 차가운 금속인형의 이미지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가전제품처럼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할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로봇의 외부소재도 딱딱한 금속, 플라스틱 대신 말랑말랑한 우레탄이나 섬유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얼마전 일본에서 개발된 로봇고양이는 온몸을 부드러운 털로 감싸 주인의 모성애를 자극하도록 설계되기도 했다. 요즘 미국·일본에서 등장하는 차세대 로봇을 보면 기술보다 캐릭터 디자인을 중심으로 시장형성이 가속화되는 조짐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로봇산업도 시장진입에 성공하려면 보다 체계적인 디자인 전략이 필요할 시점이다. 불행히도 국내 로봇업체들은 아직 디자인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 하지만 초기로봇시장에서 감성적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전체 로봇개발비에서 디자인요소에 20∼30% 투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극적인 대선드라마도 막을 내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다. 매우 서민적인 시각이미지를 지닌 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평범한 외모의 사람들도 보다 자신감을 갖고 살 세상이 올지 기대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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