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2-제16대 대통령선거]`밤샘 개표는 이젠 옛말`

 ○…제16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1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3471개 투표소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19일 오후 3시 현재 집계된 투표율은 54.3%로 지난 97년 15대 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 62.3%와 14대의 57.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이날 최종 투표율이 14대 대선의 81.9%와 15대 대선 80.7%보다 뒤진 75% 이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사회당 김영규, 호국당 김길수 후보 등 모두 6명이 출마했다. 당초 후보로 등록했던 무소속 장세동 후보는 18일 사퇴했다. 특히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투표를 불과 몇시간 앞둔 18일 밤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를 전격 선언, 대선 판세에 중대변수가 발생함으로써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개표는 전국 244개 개표소별로 빠른 곳은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선거구별 투표함이 개표소에 도착하면 투표용지는 300장 가량씩 자동개표기에 투입되고 개표기는 기표위치에 따라 후보자별로 서로 다른 포켓에 투표용지를 분류한다. 자동개표기는 분당 220∼250장, 시간당 1만3200장 가량의 투표용지를 처리할 수 있다. 이같은 전자개표기의 투입으로 이날 오후 8∼9시께면 15% 안팎의 개표율을 보이며 당락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또 자정께는 당선자가 확정될 것으로 선관위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개표가 완료된 후보자별 득표수(미분류 투표지 집계 포함)는 자동개표기에 연결된 제어용PC를 통해 곧바로 중앙선관위의 선거정보시스템으로 보내져 중앙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나 방송사를 통해 종합적인 개표 상황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 지식발전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휴대폰을 통해서도 선거 개표상황이나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 ○○ 후보 찍으셔야 해요!” “얘들아, 애비 쓰러지는 거 보기 싫으면 △△ 후보 찍어라!”

 18일 밤 11시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후 3시간 동안 시내·시외전화 통화량이 평소보다 3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T에 따르면 지난주 수요일 밤 11시∼목요일 오전 2시 시외전화 통화량은 421만5000여통. 그러나 18∼19일 같은 시간대 통화량은 149만9000통 늘어난 570만9000통으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는 △밤 11시∼자정 281만통(지난주 대비 26.1% 증가) △자정∼오전 1시 179만7000통(43.2%) △오전 1∼2시 110만2000통(50.8%)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KT측은 “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선거열기가 더욱 높아지면서 떨어져 사는 친인척에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권유하기 위해 전화를 많이 한 것으로 분석되며 서울시내 통화는 워낙 양이 많아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시외전화와 비슷한 수준에서 통화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휴대전화 통화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SK텔레콤측은 “이 시간대 통화량이 약 1% 상승했는데 이는 금요일 밤∼토요일 새벽과 비슷한 수준의 ‘주말효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에서 새로 뽑히는 대통령도 지난 5년간 현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을 급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외국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19일 홍콩과 싱가포르의 한국경제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5년 전 디폴트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아시아 경제위기를 벗어나 높은 성장세를 누려온 한국경제를 개혁의 모델로 간주하며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 당선자가 기존 정책을 급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홍콩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스펜서는 “한국에서는 기존 경제개혁과 금융개혁에 대한 지지도가 높기 때문에 이회창 후보는 기존 개혁정책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며 노무현 후보도 재벌을 함부로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 애널리스트들은 “금융기관의 3분의 1이 정부의 손 안에 있으며 신용카드와 부동산 버블을 잡아야 하고 아직도 정치권이 너무 많은 경제문제를 풀어야 하는 등 대통령 당선자가 극복해야 할 도전도 결코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다음날인 20일 오전 10시,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당선증 교부식을 갖기로 했다. 교부식에는 이번 대통령선거를 공명선거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시민단체 임원과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상인,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집배원·환경미화원, 소년·소녀가장들이 초청된다.

 과거 대통령선거에서는 당선자를 대신해 소속 정당의 사무총장 등이 당선증을 수령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관행은 모든 국민을 대신해 당선증을 전달하는 당선증 교부식의 참 의미를 퇴색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으로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당선자가 직접 참석하는 가운데 전달식을 거행하기로 했다고 선관위측은 설명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2월 25일까지 두달여간 ‘예비 대통령’으로서 현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예우를 받는다.

 또 대통령 취임일까지 조각구상 등 정권인수 준비를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설치령’이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를 근거로 당선자는 인수위가 구성되면 정부부처별로 현안파악에 나선다. 당선자가 직접 국정에 관여할 근거는 없지만 인수과정에서 현 대통령과 당선자측간 협의와 조율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인수위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는데 인수위 규모는 당선자측이 정하도록 설치령에 규정돼있기 때문에 지원예산과 인력은 가변적이다. 인수위가 구성되면 당선자는 각 부처 장관들로부터 국정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을 수 있으나 국무회의 등 정부 공식회의에 참여할 수는 없다. 또한 당선자는 숙소로 현 사저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임시거처를 사용할 수도 있다.

 <대선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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