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코인터랙티브 한상은 사장 sehan@laghaim.com
2002년은 온라인 게임업체들에 특히 남달랐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에 올해 가장 큰 화두는 아무래도 등급제에 따른 파장을 들 수 있겠지만 곰곰이 되돌아보면 국내 업체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 심화된 게임업체간 경쟁,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 증폭과 이에 따른 아이템 거래 부작용 등 이처럼 다사다난한 한해가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많은 일이 있은 만큼 게임 성공을 이끄는 노하우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게임의 성공요소을 이끄는 두 축을 지명하라면 주저없이 하나는 개발과 기획, 다른 하나는 마케팅을 손꼽을 수 있다. 마차 바퀴처럼 하나가 빠지면 다른 하나 역시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게임의 첫 단추는 기획에서 시작된다. 최근에는 모두 게임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문제는 ‘어떤 기획이 제대로 된 기획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란 실로 어렵다. 그러나 ‘왜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에 열광하는가’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고찰한다면 성공적인 기획에 대해 좋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기존 게임의 벤치마킹이나 순간적인 기지 등으로 ‘우연히’ 유저를 매혹시키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하기 때문하다. 더욱이 할수록 더욱 깊이가 우러나오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추구하는 자기실현의 욕구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몇 년 전 기억이지만 유능한 게임 기획 및 프로그래머로 인정받던 젊은이가 대학 진학시 전공을 철학과로 선택한 것이 참 신선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다. 철학과를 선택한 이유로 ‘결국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없이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히는 그의 설명 역시 충분히 동감하는 내용이었다.
좋은 기획에는 ‘유연성’이라는 요소를 빠뜨릴 수 없다. 계획과 다르게 점차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유저들의 요구, 또는 상이한 문화를 가진 해외의 지역화(로컬라이징)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게임은 처음부터 경직되게 시작하기보다 마치 레고 블록 같은 유연성을 갖춰야 계속 적응·변형 및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국내의 수준높은 인프라 환경은 오히려 경계해야 할 대상일지도 모른다. 특히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업체일수록 몇몇 지역을 제외한 해외 대부분의 시장은 국내와 달리 저사양급 PC 및 네트워크로 구축돼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국내 상황에 안주하기보다 그들 입장의 ‘눈높이 기술’로 한 발 더 그들에게 가까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콘솔게임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활용한다면 국내 온라인업체들의 경쟁력이 진일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게임 성공의 또 다른 축, 마케팅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유저들에게 노출되는 채널이 ‘모니터’ 외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마케팅 한계선을 그어왔다. 온라인 광고나 e메일 등 몇몇 주요 마케팅 툴에만 의존하다 보니 참신하거나 폭발적인 이벤트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무조건적인 전이’가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상호보완’ 매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더욱 참신하고 효과있는 마케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온라인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오프라인 홍보의 핵심요소를 파악한다면 시너지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외국업체들의 칭찬이 온라인게임업체에 종사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도전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리기도, 업계 리더로서 책임감과 의지를 요구하는 채찍질로 들리기도 한다.
아무쪼록 2003년에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앞서 얘기한 좋은 기획과 마케팅으로 탄생된 게임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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