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정보화 덤핑입찰 위험수위

 국방정보화 사업을 둘러싸고 SI업계의 저가 덤핑입찰과 수주 행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프로젝트 낙찰 가격이 사업예산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때문에 SI업계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 국방정보화 사업의 부실까지 우려되고 있다.

 ◇위험수위 넘은 덤핑입찰·수주=지난주 초 사업자 선정작업이 이뤄진 국방 군수통합정보체계 개념연구사업에서 S컨소시엄은 발주가의 절반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0억5000만원의 사업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에서 S컨소시엄은 1차 기술심사(97점)에서 경쟁사인 L컨소시엄에 뒤졌으나 가격입찰(3점)에서 5억3200만원을 써내 9억5000만원을 제시한 L컨소시움을 총점에서 뒤집어 사업권을 거머쥐었다. 이는 이 사업이 내년중 수백억원 규모의 본사업으로 이어지는 데다가 올해 국방 SI수주 실적이 저조한 삼성SDS가 이번 사업수주에 사활을 걸었던데 따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단일 하드웨어 도입 규모로는 최대(116억원)여서 관심을 모았던 ‘공군 주전산기체계 도입 사업’은 10년째 주전산기 유지보수를 담당해 온 K사 등 8개사가 경쟁을 펼친 가운데 2단계 최저가 입찰에서 사업예산을 크게 밑도는 77억원 가량을 써낸 L사에 돌아갔다.

 이에 앞서 실시된 해·공군 전술지휘통제자동화 체계(C4I) 개념연구 사업의 경우, 원가인 12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1억5000만원에 최종 수주계약이 이뤄졌다.

 이번주 입찰을 마감하는 ‘군사정보 통합전파 처리체계’ 구축사업(예산 약 30억원) 역시 국방 SI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업체들간 경쟁으로 인해 덤핑입찰이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이 사업은 수백억원 규모의 응용체계 개발사업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대형 SI업체간 출혈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사업 부실화=덤핑수주 관행은 일단 사업자에게 영업 이익률 하락이라는 피해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을 봉쇄함으로써 국방정보화 사업의 총체적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 군수통합정보체계 개념연구사업’을 따낸 S컨소시엄의 경우 제안서상에 65명의 인력을 투입키로 한데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 연구과제로 4억원 가량을 제공해야 하는 처지여서 적자 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업계의 한 국방사업담당 임원은 “덤핑 가격으로 좋은 제품과 기술·인력을 투입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는 국방부에도 결국 손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국방 정보화 예산이 실제 수행원가에 견줘 턱없이 낮게 책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업체들의 덤핑 입찰이 계속된다면 업계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격에 의해 사업자 선정이 좌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술점수 비중을 97점까지 높이더라도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나올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면서 국방 SI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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