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를 볼모로 한 표심잡기 경쟁이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16일 한나라당은 ‘서민·중산층을 위한 한나라당과 이회창의 약속’을 통해 “소액주주들은 부실경영에 책임이 없는 만큼 차등감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등감자를 ‘반드시 해야 한다’가 아니고 ‘검토해야 한다’는 수준에 그친 그의 발언이었지만 이날 오전 내내 보합권에 머물던 하이닉스의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에 올라섰다. 연초만 하더라도 한나라당은 과거 정부의 하이닉스 지원은 퍼주기식이라며 강력히 비난해왔다.
민주당도 뒤질세라 이날 ‘하이닉스 정상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채권단·노조·소액주주 등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민주당 역시 올초에는 기업의 처리문제와 관련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누차 밝힌 바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정치권은 말바꾸기를 서슴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던 진념 전 부총리는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을 주도할 때는 ‘독자생존 불가, 조기 매각’을 고수하다 선거에 임박해서는 ‘자력회생 원칙’으로 전략을 수정했는가 하면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는 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해 ‘연내 매각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확답을 받았다며 확인되지 않은 공약으로 생존권이 걸린 노동자들을 혼란케 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이 하이닉스의 둘도 없는 친구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은 하이닉스에 걸려 있는 표 때문이다. 하이닉스 소액주주는 어림잡아 40만명. 또 그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적어도 100만표 이상이 하이닉스 처리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이천과 청주의 유권자인 50만명 이상을 더하게 되면 표는 150만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은 하이닉스가 한국정부의 특혜를 받고 있다며 국제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치권은 대선과 관련해 하이닉스 문제에 개입하겠다며 혈안이 돼 있다. 지금이라도 대선주자들은 하이닉스 문제를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내야 한다는 원칙을 인식하고 더이상 하이닉스를 ‘표심 도구’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산업기술부·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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