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1∼9월중 기업경영분석결과’는 미국발 한파로 얼어붙었던 우리의 IT산업이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보산업 분야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포인트 증가하고, 통신업의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목되는 것은 수출과 내수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 얻은 결과라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지구촌 경제계를 동결시킨 미국발 한파, 선진국의 통상장벽 강화, 이라크 전쟁가능성 등 수출시장에 악재가 중첩되고, 신용카드 및 가계대출 억제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내수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보통신업계의 수익성이 향상되고 경영성과가 호전됐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코스닥 및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된 IT 관련법인의 손익계산서와 제조원가명세서, 대차대조표 등을 조사해 16일 발표한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결과에 따르면 정보통신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포인트 증가한 11.6%로 나타났다. 컴퓨터·사무기기 및 전자부품·영상음향장비업종의 매출이 회복되면서 정보통신업계의 수익률이 크게 제고되는 등 제조업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경영성과를 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통신서비스산업이 급성장한 통신업은 19.4%, 월드컵 개최로 매출이 급증한 정보콘텐츠산업은 9.6%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렸으며, 정보통신기술제조업의 영업이익률도 전체 제조업보다 1.8%포인트 높은 9.9%로 집계됐다고 한다.
대공황이 우려될 정도로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IT산업의 불황이 심화되는 와중에 국내 정보통신업계의 올 경영성과가 호전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성장내용 면에서 보면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 수익성 개선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금리·환율 하락 등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을 속단하지 말고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낙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7.6%)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포인트 높아지고, 부채비율(130.1%)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보유현금을 비롯한 당좌자산이 100조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경상이익 적자업체 비중(29.7%)이 전년동기 대비 2.6%포인트 높아졌다. 또 매출액 경상이익률 -10% 미만인 업체 비중도 13.5%에서 16.5%로,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에도 못미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34.3%)이 1%포인트 높아지는 등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의 수익성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정보통신업계의 영업실적 호전을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저금리 기조로 제고된 수익성은 내실 있는 영업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업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힘들게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우리 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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