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섭 산업기술연구회 사무국장 yys@koci.re.kr
과학기술계의 화두는 과학기술자의 사기저하, 그리고 이공계 기피현상이다.
IMF 이후 사회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과학기술자들 대다수가 몸담고 있는 출연연구기관에도 경영혁신이 강도 높게 이루어졌다. 연구성과관리(PBS)제도는 원래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투명성, 경쟁성 등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통제적 관리수단으로 이용됐다.
연구원들이 연구사업 수주를 통해 인건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일하는 시간보다는 밖에서 영업활동을 벌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현실에 비추어 사회적 대우는 타 전문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신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타 직종에 비해 낮은 보수와 정년 단축, 퇴직 후 노후대책이 없어 신분에 대한 불안함 등이 복합적으로 증폭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 중 가장 큰 이유는 졸업 후 일자리가 보장되는 이공계 출연연구기관의 인력충원 동결로 인해 지난 수년동안 수요가 거의 없었으며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기술의 유효주기가 매우 빠르고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잡는데 투자하는 노력에 비해 열악한 보수, 노후 보장 등 유인책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으나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단기적 처방으로 오히려 다수의 연구원들에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가 아닌가 우려된다.
변호사나 의사의 직업을 왜 선호하는가. 정년과 관계없이 오래 동안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연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도 일종의 전문직업이지만 퇴직 후에는 전문성과 그간의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이 전문성을 살려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중소기업 기술지도, 대학강의, 특허업무, 그리고 기술평가 등을 예로 들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기술지도나 대학강의는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특허나 기술평가 업무는 타 분야의 직종보다 출연기관에서 장기간 기술축적이 된 연구원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특허업무의 경우 특허심판소에서 법률적 재판에 있어서는 변호사가 전문가이지만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특허를 출원하는데는 연구원 출신이 보다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특허를 다루기 위해서는 변리사 자격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기술사시험이나 공무원시험정도의 수준 이상의 또 다른 시험준비를 해야하므로 연구자들이 이를 취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변리사 자격시험 제도를 완화하여 일정 경력을 가진 박사학위자, 기술사, 또는 그에 상응하는 과학기술 경력자들에게 자격을 부여했으면 한다. 만약 이러한 방안이 특혜를 주는 것이라서 어렵다면 일부 과목을 면제하는 것도 과기인의 변리사 진출을 돕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 기술평가 업무의 경우 현재 정부공인자격제도가 없이 협회에서 일정교육 이수자나 일정 경력을 가진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 기술평가사자격제도를 법제화해 출연연구기관에서 일정기간 동안 종사한 과학기술자들에게 자격을 부여했으면 한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국가의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퇴직하는 고급 과학기술인력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퇴직 후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특허 변리사 업무나 기술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면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과학기술자의 사기를 진작할 뿐 아니라 또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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