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MP3플레이어 강국의 길

◆양덕준 아이리버 사장 joonyang@iriver.com 

수년 전 한국에서 시작된 MP3플레이어라는 휴대형 오디오 기기는 디지털제품의 새로운 제국 건설을 꿈꾸는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도전으로 이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MP3라고 하면 일단 코리아를 연상할 정도로 한국의 대표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올해 MP3플레이어가 세계 디지털전자업계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만큼 성장함에 따라 우리 MP3플레이어업계는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양면협공을 받으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소니·파나소닉 등 휴대형 제품의 거대 브랜드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중국의 저가제품들이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과거 한국의 휴대형 전자제품이 몰락했던 과정을 똑같이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MP3플레이어는 아이디어와 순발력에 의존한 벤처형 사업이 아닌, 기업 대 기업의 힘 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셈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고히 하지 못하면 한국의 MP3플레이어업체는 솔루션 제공업체로 전락하고 결국 과거 휴대형 제품이 걸었던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 틀림없다.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시장을 일본에 내주지 않는 방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MP3플레이어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글로벌 마케팅의 질적 향상이며 브랜드 강화가 핵심이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MP3플레이어는 ‘아이리버의 MP3CD플레이어’ ‘디지탈웨이의 MP3플레이어’라는 뚜렷한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과거 우리의 휴대형 제품이 실패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몇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작은 버튼의 감촉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제품력과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이 무엇보다 선행되야 한다. 단순히 유행을 쫓아가기보다는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디자인으로 유행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액세서리·포장·명칭·홍보물까지 일관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토털디자인이 필요하다.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둘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MP3플레이어가 틈새시장을 노리는 패션상품일 때는 작은 규모의 조직과 인력으로도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기업간 힘 겨루기의 국면으로 접어들면 규모화가 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대만업체들은 목표수량을 설정하고 시장을 선점해 경제규모를 만든다. 이후 비용을 맞추는 전략으로 세계 전자시장에서 나름대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MP3플레이어업체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유통의 획기적인 구조개선이다. 아직도 국내 대부분의 MP3플레이어업체들이 해외의 수입업체(임포터)나 딜러에 의존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유통과정에서 소실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량수출에도 수익이 떨어지고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와 직접 계약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브랜드 마케팅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이 과제를 극복하지 못하고는 우리의 MP3플레이어는 또 다시 고사하고 말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 유리한 점은 남아있다. 일본이나 중국의 업체들이 디지털복합화에서는 상당히 취약한 면이 있기 때문에 기능적인 점을 계속 선도하면 우위를 지킬 수 있다. 브랜드 마케팅과 서비스 구축은 과거에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했지만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MP3플레이어의 주 고객이 인터넷 사용자임을 고려하면 인터넷 공간과 세계적인 택배시스템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MP3플레이어가 아직도 창작물의 불법유통도구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MP3와 창작자간의 문화적 갈등은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업계간 특허공방으로 많은 것을 잃었듯 MP3 논쟁으로 또 황금어장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