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전자화폐업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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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0년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전시장에서 ‘몬덱스’ 전자화폐가 첫 선을 보인 뒤 IC카드형 전자화폐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새로운 지불수단의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그러나 2년 남짓이라는 시간이 워낙 짧았던 탓일까. 단기간에 신용카드의 틈새를 뚫고 현금의 장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금까지 5종에 달하는 전자화폐가 400만장 가량 발급된 것으로 추산되지만 아직은 일반인에게 생소하기만 하다. 그마나 교통카드가 2000만장 가까이 보급되면서 일부 전자화폐로 활용되는 사례가 등장하곤 했다.

 통신·금융 등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전자화폐는 IC카드 보급 확산의 숨은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전자화폐가 IC카드의 주요 응용서비스로 부각된 것은 올해 들어서다. 몬덱스·비자캐시·에이캐시·마이비 등 주요 전문업체들이 대부분 지난해 사업착수에 이어 올해부터는 통신·금융·교통사업자들과 손잡고 대규모 제휴 프로젝트에 나섰던 것이다. 특징적인 양상은 대학·병원·직장·온라인 등 다양한 쓰임새를 넓히는 가운데 교통카드 기반의 지역가맹점 확보에 무게를 둔 에이캐시·마이비와 이동통신 제휴카드를 등에 업은 비자캐시·몬덱스로 사업구도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이들 주요 전자화폐 업체는 상호 경쟁하는 가운데서도 타업종에서는 보기 드문 협력사례를 또한 만들어냈다. 에이캐시·비자캐시·몬덱스는 가맹점을 공동 모집하는 한편, 마이비도 함께 참여하는 교통카드 표준SAM을 개발했다. 특히 표준 보안응용모듈(SAM)은 전국 교통카드 호환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공동 개발한 대안으로서 향후 교통시장과 연계한 전자화폐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도 전자화폐 시장은 본격적인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다. 카드 1000만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일반인도 익숙하게 경험해 볼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교통카드 표준SAM이 본격 보급되면서 교통카드로 친숙해지고 신용카드 발급연령의 상향조정으로 선불 전자화폐의 이용이 높아지리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부정적 변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발급기관인 신용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내년도 IC카드에 대한 전반적 투자가 저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함께 독자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서울시의 교통카드 정책도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다. 또 지금까지 전자화폐 업체들의 경영실적이 부진한 탓에 투자여력이 취약하다. 내년도 시장은 과연 전자화폐가 IC카드의 주요 서비스로 현금을 대체하는 디지털 지불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몬덱스코리아=몬덱스코리아(대표 김근배 http://www.mondexkorea.com)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접촉식 IC카드형 전자화폐를 선보였다. 이때가 2000년 6월로 서울 코엑스에서 공중전화기를 몬덱스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몬덱스 전자화폐는 괄목할 만큼 인지도를 확대했다. 현재 몬덱스 전자화폐를 발급하는 회원사만 7개로 늘어났고 15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몬덱스는 내년도에는 본격적인 실매출을 기록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KT의 ‘KT카드’ 협력사로 참여, 총 500만카드 회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또 단순 회원 확대에서 벗어나 몬덱스 전자화폐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가맹점 확산에도 역량을 쏟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업고도화 및 수익기반 확충을 위해 IC카드 솔루션 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당장 내년부터는 소비자의 금융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카드를 발급, 편리한 원카드 환경을 유도하는 한편, 교통·신용·현금카드 등을 취향에 따라 골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또 몬덱스 칩을 기능별로 분류해 금융·의료·보안·근태관리·ID·PC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한 카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인터넷복권 등 연관된 부가가치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는 유망 분야다. 몬덱스는 국내에서 IC카드 전자화폐로 인터넷복권을 구입,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대만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KT카드·의료카드·PC방 등 굵직굵직한 분야의 응용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삼아 내년에는 연간 흑자달성을 기록한다는 야심찬 목표다. 구상대로 진척되면 몬덱스의 실사용이 확산되는 것은 자연스런 결론이다.

 ◇비자캐시코리아=비자캐시코리아(대표 손재택 http://www.visacash.co.kr)는 교통카드와 유통 가맹점을 전략적인 양대 사업축으로 선정, 내년도 사업역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에는 사업기반을 충실히 다졌다. 대전시와 광주시, 충청남도의 전자화폐 사업권을 따냄으로써 지역 교통카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대전 디지털 ‘한꿈이카드’의 경우 최근 제반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서비스 개시에 앞서 하나은행 및 대전시 등과 마케팅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한꿈이카드는 세계적으로도 상용화 첫 사례인 ‘자바오픈플랫폼’ 기반의 콤비카드를 채택, 기술적으로도 내세울 만하다. 비자캐시는 대전·광주·충남지역 전자화폐서비스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한편, 서울시 교통카드 시장에도 진입해 교통과 연계한 확고한 수익모델을 갖출 계획이다. 타깃으로 삼고 있는 유통 가맹점도 결국 대전·광주·충남 등 사업권을 확보한 지역기반이 거점이다.

 비자캐시는 전자화폐 기본서비스 외에 로열티 등 부가적인 수익모델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로열티 사업의 경우 연말까지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내년도에는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까지가 SK텔레콤·삼성물산·롯데칠성 등 주주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기반 구축이었다면 내년에는 교통·유통·이동통신 등 현재 시장진입한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거둔다는 목표다.

 이같은 전략의 근간에는 SK텔레콤이 추진중인 ‘모네타’ 서비스가 놓여 있다. 최근 외환카드와 우리카드가 발급키로 한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 서비스인 모네타에는 이미 비자캐시 전자화폐가 주요 서비스로 담겨져 있다. 이들 발급기관 및 SK텔레콤과의 공동 사업을 통해 전자화폐 유통·충전 등에 따른 제반 업무부담이 적다는 점도 비자캐시의 강점이다.

 ◇에이캐시=에이캐시(대표 이재정 http://www.a-cash.co.kr)는 올해를 시장진입의 기반을 다졌던 기간으로 평가했다. 내년은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전개에 나서는 해가 될 것이라는 포부다. 올해 에이캐시는 경기·인천·원주 등 수도권 500만인구 밀집지역에서 약 4000대의 버스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구축했다. 카드발급량은 30만장. 외형은 크지 않지만 발급된 카드가 대부분 교통카드로 직접 활용된다는 점에서 여타 전자화폐와는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실거래 실적도 최근 월 250만건에 금액으로는 15억원에 달한다. 에이캐시 한장당 월 평균 5000원은 쓴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정도면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이는 지역 교통시장에 기반한 실사용자 확보라는 에이캐시의 시장진입 전략이 어느정도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에이캐시는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경기·원주 지역에서 중고생 전용 학생카드를 발급했고 수원·원주 지역은 대학학생증 겸용카드를 보급했다. 경기 남양주 지역의 부영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비보안용 카드, 원주기독병원의 전자진료증카드, 서울 주요 서점 가운데 하나인 리브로 회원카드 등 교통카드 외에도 다채로운 활용분야를 뚫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에이캐시는 이같은 사업기반을 이용해 내년에는 기존 사업지역인 경기·인천·원주 지역에서 영업력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유통 가맹점과의 제휴를 강화해 현재 서점에 머물고 있는 대형 가맹점을 대폭 늘리는 한편, 온라인 전자상거래 가맹점으로도 발을 내딛기로 했다. 사실상 내년을 전자화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야심이다.

 ◇마이비=마이비(대표 박건재 http://www.mybi.co.kr)는 현재 4개 민간 전자화폐 가운데 교통카드 시장에서는 독보적이다. 부산·울산·경남 등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10여곳 이상에 교통카드로 진출했다. 마이비는 올해 사업권을 따낸 이들 지역에서 내년부터는 전자화폐 실사용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본격적인 매출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우선적인 목표는 10여개 지역 교통카드의 호환 사용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마이비 전자화폐를 전국 교통카드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시키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지역의 대중교통 수단에서 전자화폐 이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택시·주차장·톨게이트 등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 버스카드 사업자인 인텍크산업, 후불카드 사업자인 국민카드와는 각각 전략적 제휴를 통해 수도권 교통카드 시장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부산지역 관광카드인 ‘투어패스’ 카드를 확대하는 한편, 통신·금융 등 제휴 발급기관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전략적 시장인 유통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조회(VAN) 사업에 진출하고 패스트푸드·식당·자판기·PC방 등 다양한 사용처를 발굴하기로 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마이비가 역점을 두는 분야다. 이미 일본 규슈 및 오키나와 지역에 마이비시스템을 수출한 데 이어 교통카드 서비스를 국내 마이비 시스템과 호환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 지역내 ‘아태도시 서밋’ 회원 13개국의 25개 도시에 마이비 전자화폐 시스템을 대거 진출시키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동남아 지역의 경우 교통카드 기반의 선진교통시스템을 소개하고 컨설팅에서 솔루션 판매에 이르는 포괄적인 사업을 구상중이다. 일본이나 중국에는 교통카드 외에 전자화폐와 다기능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IC카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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