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컨설팅의 자존심을 일궈 온 공로자.’
지난 십여년간 한국 컨설팅업계의 꼭지점 위치에 있었던 최영상 메타넷 사장이 요즘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그의 명성은 사실 메타넷 사장으로서보다는 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코리아 사장으로 비롯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본사간 합의에 따라 PwC컨설팅을 인수한 IBM에 합류하지 않고 ‘한국 토종 컨설팅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예전 아웃소싱서비스 자회사였던 메타넷에 남았기 때문.
지난 96년 PwC컨설팅코리아를 설립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던 지사중 하나로 키워 낸 최 사장은 “한국에서의 자율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IBM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글로벌 기업이 지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중요합니다. 그 핵심은 경영자가 전략적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냐는 것이지요. 이런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독립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미래 컨설팅서비스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위나 보상에 대한 이견으로 IBM측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소문은 오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요즘 유수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지만 한국지사를 얼마나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거부의 뜻을 비쳤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그는 첫직장인 딜로이트&투치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88년 경영·시스템 컨설팅회사인 컨설팅소프트웨어그룹(CSG)을 세우고 유수 해외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고객에 경영혁신과 전략수립을 지원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후 96년부터 PwC컨설팅코리아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회사를 한국 최대 독립컨설팅회사로 키워 업계 ‘기린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PwC컨설팅코리아가 수행한 기업 신전략 수립 및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의 90%가 국내 대기업 상위 50개 업체에 집중됐다. 이에 힘입어 아시아지역 전체 매출의 20%, 이익의 33%를 점유하는 놀라운 실적을 유지했다.
이런 실적의 배경으로는 독특한 카리스마에 바탕을 둔 최 사장의 리더십을 꼽는 이가 많다. 그의 리더십은 여느 다국적기업들과 달리 본사로부터 ‘전략적 자율권’을 보장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을 했다. 이 연장선에서 최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가 성공하려면 전략적 자율성과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신입 컨설턴트들에게도 “다국적기업에서 근무하지만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주문한다. 한국인 컨설턴트는 한국 기업과 시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외국의 가이드라인에 동화되면 뒤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IBM에 합류하지 않고 메타넷에 남은 최 사장의 요즘 최고의 관심사는 ‘전략적 아웃소싱 서비스’다. 이 때문에 옛 PwC컨설팅코리아보다 메타넷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과거 전통적인 아웃소싱이 ‘저렴하게 해준다’라는 개념이라면, 전략적 아웃소싱은 고부가가치의 컨설팅을 기반으로 ‘고객이 할 수 없는 것을 대신 해준다’는 점에서 크게 다릅니다. 후자의 대상은 ‘기업의 비핵심 역량이면서도 중요한 업무(IT·회계·인사 등)’라는 게 특징이지요.”
최 사장은 비핵심업무를 전략적 아웃소싱으로 대체할 경우 산업화가 가능하며 그 규모는 5∼10년내 GDP의 최소 3∼4%에서 많게는 10%까지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M이 PwC컨설팅을 인수한 이유도 바로 전략적 아웃소싱 시장을 염두에 둔데 따른 것이라는 게 최 사장의 설명이다.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에만 집중해도 해당 기업의 인적 및 물적자원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아웃소싱에 대한 한국내 기업들의 수요는 ‘목’까지 차있다고 봅니다. 특히 국내 대기업 상위 10개 업체 중 8개사의 최고경영자들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감당할 만한 역량있는 전문업체가 없습니다. 대기업들이 잠재적 경쟁회사의 SI업체들에게 아웃소싱을 맡기는 것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최 사장은 이미 20여개 기업들에게 IT·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을 제공해온 메타넷을 통해 전략적 아웃소싱의 ‘방아쇠’를 당기고, 5년내 전략적 아웃소싱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내년 초까지 외국계와 제휴하여 컨설팅조직이나 합작회사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전략적 아웃소싱에 대비해 조만간 한국의 SI업체 한 곳을 인수할 예정이다.
“과거 사나운 경쟁자로 생각했던 회사들도 이제 우리를 유능한 파트너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PwC컨설팅코리아)를 잃은 대신에 10개를 얻은 셈이지요.”
격변기를 지낸 올해 컨설팅시장의 한복판에 있었던 최 사장은 컨설팅 및 SI기업들에 대해 컨설팅 역량 향상에 대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컨설팅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시장이 좋지 않은 게 아니라 기업이 큰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컨설팅회사는 비즈니스 변화를 위해 뭘 해야 하는가를 고객과 함께 논의하고 새 것을 창조해야 하는데 거꾸로 ERP 같은 프로젝트만 쫓아다니면서 가격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일부 대기업이 건당 500억원 규모의 대형프로젝트에 착수해야 하는데 이를 맡길 만한 컨설팅회사가 없다는 것은 정말 심각합니다.”
최 사장은 또 “그동안 경쟁관계였던 다국적 컨설팅회사와 국내 컨설팅·SI회사간에 제휴가 진행중인데, 단순한 브랜드나 데이터베이스, 고객의 공유만으로는 큰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한국환경에 맞는 독자적인 컨설팅회사가 출현해야 하며, 동시에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혁신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능력과 기능을 보유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컨설턴트 전문인답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취미중 하나”라는 최 사장은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한 비즈니스 아웃소싱 서비스 회사를 만들고 한국 기업의 급진적 경영혁신을 통한 성과혁신을 돕는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59년 경남 마산 출생 △81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81년 공인회계사 합격 △2000년 미국 와튼스쿨 글로벌 매니지먼트 과정 △88∼96년 컨설팅소프트웨어그룹(CSG) 대표이사 사장 △96∼2002년 10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00∼현재 메타넷 대표이사 사장 △현재 연세대 경영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MBA과정 겸임교수, 연세대 글로벌 MBA과정 자문위원
<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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