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20, 30대 젊은 층 사이에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투잡스(Two-Jobs)족이 번진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본업 외에 2∼3개 직종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50대 쉰세대(?) 대표 멀티(Multi)족이 있어 화제다. 대전시청에 근무하는 유명준 지리정보담당 사무관(51)과 경남도청 지적과장으로 재직중인 송호룡 과장(55)이 바로 그들이다.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고졸 출신의 지방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출발해 20∼30여년 이상 공직에 헌신해 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이들이 모두 오랜 공직생활을 거쳐 마침내 해당 분야에서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뛰어난 전문행정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진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3배, 4배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슬기와 부단한 자기계발 노력, 부지런함이라고 해야 할 듯 싶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라는 본연의 직무 외에 이들이 거머쥔 타이틀은 베스트셀러 작가, 대학 교수, 세미나 강사, 전문 연구원, 고등학교 교과서 집필위원 등 열거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로 다양하다.
송호룡 과장은 낮에는 도청 지적과장으로 일하면서 밤만 되면 전문서적 집필 작가로 변신한다. 그가 낸 책은 ‘방풍림 조성의 역사적 배경과 보존대책(94년 발간)’ ‘땅, 그 경계의 이해와 체험(96년)’ 등 주로 지리정보 전문서적으로 산림과, 지적과 등 관련 분야에서 37년간 공무원 생활을 해 오면서 다져진 산 지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송 과장은 “행정업무에서 느낀 문제의식과 경험으로 책을 쓰다 보니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어떤 책은 5000부 이상이나 팔리기도 했다”며 수줍게 자랑한다.
유명준 지리정보담당 사무관은 지난 77년 충남 금산군 지적업무 8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올해로 만 25년 동안 공직에 몸담고 있는 베테랑이다. 동시에 유 사무관은 대전 우송대 컴퓨터전자공학부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국가사업인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표준화분과 기술위원회의 기반기술연구반 전문 위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4S 기술 활용 도시관리체계 연구 프로젝트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98년까지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실업계고등학교 교과서 집필(지적전산응용)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리정보전문 사무관만으로도 벅찬 공직 생활에서 2∼3개의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공직에서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평이다.
유 사무관은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도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시청에서 퇴근 후 대학 연구실로 돌아와 밤 늦도록 연구에 몰두하는 정열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가끔 공무원이 아니라 ‘교수’나 ‘작가’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화려한 타이틀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업무의 연장인 셈이죠. 맡은 업무에 욕심을 내고 완전히 몰두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버립니다. 몇 년 임기로 번갈아가며 업무를 맡아야 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누릴 수 없는 복이 아니겠습니까.”
이구동성, 두 사람이 즐겁게 인생을 사는 사는 비결이 묻어난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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