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권하는 책]마켓리더의 조건

 제러드 J 텔리스·피터 N 골더 저, 최종옥 역, 시아출판사 펴냄

  

 최근 한글판으로 국내에 소개된 ‘마켓리더의 조건(원제:Will&Vision-How Latecomers Grow to Dominate Markets)’은 2001년 미국에서 출판돼 그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선정한 ‘2001년 경영·경제분야 최고의 책 10권’ 가운데 하나로 꼽힌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져온 ‘시장을 선점한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라는 불변의 마케팅 제1법칙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제러드 J 텔리스와 피터 N 골더는 지난 10년간 66개 분야 수백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시장개척자가 오늘날까지 리더로 남아 있는 경우는 겨우 6개 기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자들은 시장개척자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온라인서점의 개척자인 시엘북스닷컴과 인터넷 웹브라우저 시장의 개척자인 넷스케이프사의 내비게이터를 들고 있다. 이들은 후발주자인 아마존닷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익스플로러에 리더의 자리를 내주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외에도 제록스·질레트·마이크로소프트·마쓰시타·인텔·휴렛패커드·코닥·찰스스왑 등의 사례를 들면서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마디로 시장선점은 리더가 될 수 있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마켓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이처럼 시장개척자가 후발주자에 시장을 내주는 원인은 실패에 대한 충분한 반성과 고려를 하지 않는 데다 자기예찬론에 빠져 시장에 대한 올바른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며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의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저자들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지배해온 기업들의 5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비전, 끈기, 끊임없는 혁신, 금융 헌신, 자산의 적절한 활용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저자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비전과 의지다. ‘시장리더의 조건은 바로 비전과 의지’라고 설명하며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해온 리더들은 대량 마켓에 대한 혁신과 고무적인 비전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비전은 대량소비시장을 내다볼줄 아는 안목이다. 대표적인 예는 마이크로소프트로 지난 70년대 중반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은 원가절감과 기술향상을 통해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 설치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결국 컴퓨터 시장에서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리더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마켓리더가 되려면 비전과 함께 성공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면도기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질레트는 면도칼의 두께를 0.01㎜ 줄이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으며 손잡이 부분과 면도칼 부분의 가장 편안한 무게비율을 맞추는 데 또 수년의 세월을 보냈다.

 국내의 경영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또 한가지 조건은 ‘돈을 끌어들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노력과 기술’이다. 저자들은 이를 금융헌신이라고 표현했다.

 주식가치만 50억달러가 넘는 인터넷 서점의 지배자 아마존은 낡은 차고에서 단돈 몇 천 달러로 시작한 회사였다. 이렇게 시작한 아마존이지만 지금의 아마존이 있기까지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엄청한 자금을 회사로 끌여들였다. 가족 친지에서부터 시작해 투자회사·동업자에 이르기까지 베조스는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자산의 적절한 활용’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조건이다. 회사의 브랜드·명성·고객기반·인재 등 회사의 다양한 자산을 적절히 활용해서 새로운 형태의 경쟁력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에 능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산의 적절한 활용은 신규시장에 진출할 때 특히 유용한 능력이다.

 신기술을 개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IT산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경영자가 바라는 꿈일 것이다. 실제 필자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면 시장은 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 많은 IT기업 CEO들을 봐오기도 했다.

 이러한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필자는 이 책을 반드시 권하고 싶다. 또한 현재 시장의 리더 자리에 있는 기업의 CEO에게도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한국알카텔 김충세 사장 cs.kim@alca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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