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마크 베니오프의 `소프트웨어 반란`

 마크 베니오프는 지난 10일 밤 휴가파티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종말’을 자축했다.

 오라클 세일즈맨 출신인 그는 수백만달러 규모로 이뤄지는 소프트웨어 거래 관행에 작별을 고하고 대신 소프트웨어 임대가 일반화된 새로운 소프트웨어 세계를 위해 건배했다. 베니오프는 한달 이용료 65달러에 소프트웨어를 임대해주는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의 창업자다.

 그는 “기업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고가 판매 시대는 지나갔다”고 선언하고 “소프트웨어가 일반 상품처럼 싼 가격에 대량 판매되는 새 시대가 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베니오프와 점점 늘고 있는 그의 추종자들의 주장은 단호하다. 고객은 프로그램을 임차해 쓰고 기술적 문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이용자는 아마존에서 서적을 주문하듯 세일즈포스닷컴에서 소프트웨어를 적은 비용으로 신속히 주문하고 손쉽게 설치, 업데이트하라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 소프트웨어 구매방식이 급변하면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대형 업체들은 메인프레임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피플소프트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크레이그 콘웨이는 한때 베니오프를 오라클에 추천했던 인물이다. 그런 콘웨이지만 지금은 “베니오프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어 조만간 업계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시벨시스템스의 CEO 톰 시벨과 그 밖의 다른 오라클 출신들은 과거 베니오프가 오라클에서 일할 때 그를 높이 평가했었다. 하지만 시벨도 “베니오프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시벨의 말대로 베니오프는 언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데이비드 보위가 출연한 ‘소프트웨어로부터의 자유’라는 주제의 화려한 파티를 열고 고객과 언론을 모두 초청했다. 또 9월에는 퍼시픽벨파크에서 세일즈포스닷컴의 5000번째 고객과 신제품 출시를 자축했다. 물론 과학기술담당 기자들도 모두 이 자리에 초대받았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현재 제너럴일렉트릭, 제너럴모터스, 노키아, 아비스 등의 고객사를 포함해 5300명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또 매출은 2001년에 2300만달러를 기록, 작년대비 3배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6000만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체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업체의 매출은 올해 30억달러에서 오는 2006년 2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라클의 엘리슨을 억만장자로 만든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베니오프는 16세때 소프트웨어 산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와 벌링게임고교 동창들은 리버티소프트웨어를 창업해 베니오프가 여가시간에 만든 컴퓨터게임을 팔았다. 그는 86년 남캘리포니아대학(USC)을 졸업할 당시 자신의 사업 수완을 펼쳐보겠다는 야망에 불탔고 오라클에서 기회를 찾았다. 당시 오라클은 연 매출이 고작 5500만달러에 그쳤으나 이 회사에는 베니오프가 지금까지 만난 판매인력 중 최상의 인력들이 있었다. 그는 22세 때 그 해의 ‘신인 세일즈맨’으로 뽑혔고 3년뒤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톰 시벨의 뒤를 이어 마케팅 책임자가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96년 오라클의 매출규모는 40억달러를 돌파했으나 베니오프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졌고 엘리슨에게 자신의 회사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엘리슨은 그에게 소기업이 인터넷에서 판매업무를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라고 독려했다.

 톰 시벨도 유사한 제품을 만들려고 했으나 대기업만을 겨냥했다. 시벨의 제품은 판매가가 수십만 달러나 되는 데다 설치과정도 복잡했다. 베니오프는 당시 시벨의 회사에 투자했으나 점차 시벨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침내 엘리슨과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99년 세일즈포스닷컴을 창업했다.

 경기침체로 온라인 고객이 급증하면서 베니오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IBM이 100억달러를 투입해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판매를 지원키로 한 것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닷넷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MS는 이달말 인터넷에서 접속할 수 있는 판매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다. 이 제품은 세일즈포스닷컴의 핵심인 중소기업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베니오프는 이 정도의 경쟁은 별 것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오라클이 아주 작은 회사일 때 대형 소프트웨어업체와 맞선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그들은 선두주자였지만 오라클이 결국 그들을 대신하게 됐다”며 “역사는 반복되며 이것은 새 기술과 비즈니스 세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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