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美·日의 유비쿼터스 기술개발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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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환 ETRI 기술경제연구부장  

  미국의 마크 와이저가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us Computing)’ 개념을 제창한 것은 지난 88년이다. 그리고 2000년 12월에 일본의 노무라총합연구소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두 사건에는 2가지 차이가 있다. 하나는 시간적 차이이며, 또 하나는 유비쿼터스라는 용어 뒤에 ‘컴퓨팅’과 ‘네트워크’라는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과 일본이 정보기술의 미래상이라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를 추진하는 방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은 지난 91년부터 이미 컴퓨팅과 소프트웨어기술을 중심으로 유비쿼터스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일본은 내년부터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유비쿼터스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이 기술개발과 부분적인 응용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것에 비해 일본은 정부 주도로 조기에 유비쿼터스를 가시화하겠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와 대학, 그리고 민간기업이 모두 네트워킹보다 컴퓨팅과 소프트웨어기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 91년 고성능 컴퓨팅(HPC)법을 제정해 고성능 컴퓨팅(High-end Computing) 및 컴퓨터통신기술, 그리고 IT를 국방, 교육, 보건 등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그후 93년부터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확산돼 네트워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97년에서 2000년까지 차세대 인터넷(NGI) 등 네트워킹 연구분야로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2001년부터 고도 컴퓨팅에 관한 연구개발 투자비중을 다시 늘리고 있다.

 최근의 미 연방정부 IT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보면, 2002년도 연구개발 투자비 18억3000만달러 중 고성능 컴퓨팅 기술에 7억8900만달러(전년대비 14.3% 증가)를 투자해 전체 예산의 43%를 차지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이를 다시 증액시켜 8억 4700만달러(전년대비 7.3% 증가)로 전체 예산 18억9000만달러의 44.8%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비해 네트워킹 분야는 2002년 3억3300만달러, 2003년 3억1700만 달러(전년대비 4.9% 감소)로 전체 예산의 16.8%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컴퓨팅 기술에 비해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한편, 소프트웨어의 경우도 2001년 5억8700만달러, 2002년 6억2200만달러, 2003년 6억3400만달러로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관한 연구개발 내용을 살펴보면, 고성능 컴퓨팅 연구개발은 장기적으로 페타(Peta)급 컴퓨팅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나노기술, 바이오기술과 컴퓨팅 기술을 결합해 복합화된 신기술을 창출함으로써 최첨단 컴퓨팅에 필요한 요소기술 및 시스템디자인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최첨단 컴퓨팅기술을 응용하기 위한 툴과 애플리케이션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네트워킹 기술도 장기적으로 페타급 통신기술 확보를 통해 최첨단 컴퓨팅과 초고속 네트워크간 컨버전서 기술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십 확보를 지향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 광통신기술(All-Optical Networking)을 기반으로 무선, 이동망 등을 언제, 어디서나 연결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통신기술, 수십억개의 임베디드화된 센서를 연결하기 위한 센서네트워크, 그리고 신뢰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기술은 3개 프로그램에 의해 추진되는데, 주요내용은 사용자인터페이스기술, 컴포넌트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응용소프트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 디자인 및 생산성 향상기술, 고 신뢰성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기술 등이 포함된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를 위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방법과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강조한다. 다시말해 자가진단(self-diagnosing), 자가수정(self-correction), 자가치유(self-healing), 그리고 사용자의 실수나 외부의 무단침입에 대한 방어기능 등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인간의 심장이나 폐와 같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동적,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간과 같이 일부가 파괴되거나 이물질이 유입돼도 전체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을 장기적인 연구개발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97년 이후부터 IT기술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는 IT수요 촉진을 중시하는 동시에 인간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IT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유비쿼터스 구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IT정책 주무부처인 총무성의 2003년도 정책기본 방향은 고도정보통신네트워크 사회를 형성해 2005년까지 세계 최첨단 IT국가를 실현하는데 있다. 사업 내용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 정비와 네트워크 이용 촉진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기조는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본은 2001년 11월 총무성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의 장래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를 구성해 미국 등 외국의 관련 연구동향과 일본의 기술능력 등을 조사·분석한 후 몇가지 중점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 주요내용은 초소형 칩 네트워크 프로젝트, 무엇이든 MY단말 프로젝트, 어디서든 네트워크 프로젝트 등이다. 일본 총무성은 이러한 제안을 토대로 2003년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개발에만 무려 25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유비쿼터스 관련 기술개발 사업을 신설하고 기존사업 예산도 증액하고 있다. 예를 들면 IPv6, 네트워크 초고속화 기술개발, 차세대 무선 액세스 기술개발, P2P형 공공분야 고도 정보유통기술에 관한 연구개발, 네트워크정보보호 기술개발, 소방 및 방재분야의 IT화 추진, 고속·고신뢰 정보시스템 기술개발,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개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 등에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그리고 인간이 사용하기 쉬운 IT개발, 정보통신시스템 고도화, 차세대 디스플레이, 바이오기술(BT)과 IT 융합 등에 대한 연구개발 예산도 신규로 책정했다. 이밖에 양자정보통신기술, 포토닉스 네트워크기술, 고도 위치추적기술, 인터페이스기술, 감각 신체미디어통신, 언어해석기술, 고도 영상처리기술, 지적휴먼 인터페이스기술 등은 지난 2000년부터 85개 국가주도사업에 포함돼 관련 기술개발이 진행중이다.

 미국과 일본은 페타급 컴퓨팅 및 통신기술의 확보와 사용자인터페이스기술, 마이크로 센서기술, 정보보호기술 등을 강조하고 유비쿼터스 구현 시점을 2010년경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미·일이 모두 페타급 컴퓨팅기술과 통신기술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향후 발생될 엄청난 정보량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UCLA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매년 전세계에는 2엑사바이트(Exabyte) 규모의 새로운 정보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많은 센서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축적하고, 전송할 경우 대규모 정보가 누적됨으로써 테라급으로도 처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이 마이크로 센서기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간의 통신에서 사람과 사물간의 통신, 나아가 사물간의 통신을 구현함으로써 IT 이용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정보통신의 이용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기술과 IT 이용에 의해 발생되는 프라이버시 정보누출 등의 문제를 최소화해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정보보호기술 등은 유비쿼터스 구현을 위한 필수 기반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 유비쿼터스 전략의 수립 배경

 미국과 일본은 유비쿼터스 기술개발 방향과 전략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기술적 비전 제시와 필요한 부문에서의 조기 응용을 강조하는 데 반해 일본은 국가차원의 정책적 추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앞서 제기한 바와 같이 미·일 양국간의 유비쿼터스 추진에 대한 시간차와 기술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은 최첨단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토대로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의 응용을 통해 IT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 유비쿼터스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전통적인 실용주의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반면, 일본은 자국이 보유한 기술력과 자원을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유비쿼터스를 조기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전략은 광, 무선, 센서, 초소형기계장치(MEMS:Micro-Electro Mechinical System), 가전기술 등 일본이 강점을 지닌 기술과 관련 제품들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킬 경우 조기에 유비쿼터스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뒤져있는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촉진과 이용확산, 일본경제의 조기회생 및 국제경쟁력 회복 등 국가적인 과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이밖에 유비쿼터스 실현을 위해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핵심기술이 중요하지만 주변기술도 중요하다는 인식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84년 TRON(The Real-time Operating System Nucleus)프로젝트를 통해 ‘어디서나 컴퓨터’를 제창하고 89년까지 전뇌주택을 만들어 실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주변기술을 포함한 필요기술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비전 제시에 그치고 만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담당하고 있는 총무성이 유비쿼터스 사업도 전담하고 있는 점도 일본이 네트워크화를 중심으로 유비쿼터스를 추진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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