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선 "장기지원 특수성 무시" 반발
정부가 내년부터 기초과학기술 개발과제를 일정비율 탈락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부는 연구개발비의 철저한 관리와 연구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해 과학재단이 집행하고 있는 기초연구과제를 중간평가해 내년부터 매년 20% 정도를 중도에서 강제 탈락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침에 따르면 과기부는 과학재단이 수행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사업 가운데 중간평가가 실시되는 5∼10년의 중장기 지원사업인 △기초의과학연구센터 △선도기초과학연구실 △우수연구센터 △지역협력연구센터 △국가핵심연구센터 등의 목적기초 및 우수연구집단 사업을 매년 일정비율로 탈락시켜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과학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기초과학과제 2000여개 가운데 매년 400여개 과제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파행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과기계 일각에서는 연구과제의 강제탈락이 연구생산성을 향상시킬지 의문인데다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기초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기초연구는 당장의 성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 향후 과학기술이 발전해갈 방향의 토대를 제공하는 기초 인프라로 이를 상대평가에 의해 중도탈락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상대평가에 의한 과제탈락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초토화되다시피한 기초과학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면서 “차라리 새로운 과제 선정부터 20%씩 줄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초분야에 대한 지원삭감이나 탈락 방침은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초과학기술 과제 중 일부는 기초라고 보기 어려운 과제도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과기부는 이와 관련, 오는 20일 기초과학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내년 기초과학연구사업 시행계획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기초연구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나 결과평가를 계량화하기보다는 연구의 내실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연구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도 일본학술진흥회가 연구자에게 직접적인 패널티를 주기보다는 차기 연구비 신청 때 평가에 반영하는 보완제도만 운영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