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헷갈리는 `정책 비전`

 요즘 세종로와 과천의 경제부처들은 경쟁적으로 정책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도 업무계획보다 더욱 관심을 쏟는다. 내년이 차기 정권 5년의 첫해라서 그렇다.

 과학기술부는 대선 후보마다 과학기술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대선 공약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이달 중순까지 정책 비전을 마련할 방침이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발표한 ‘산업비전 2010’에 이어 디지털전자와 관련한 비전을 새로 마련했으며, 정통부는 2010년까지 유비쿼터스산업 강국에 도달하는 ‘u코리아’ 전략을 현 ‘e코리아 계획’의 후속 비전으로 계획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역시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 발표만 남겨뒀다.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있는 정책 수립이라는 점에서 정책 비전의 준비는 바람직하다. 문제는 재탕, 삼탕이 많다는 것이다. 일부 나온 내용들만 놓고 봐도 기존 정책 비전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슬로건과 캐치프레이즈만 바뀐 듯하다.

 어느 부처는 올해 발표한 비전의 연도만 살짝 바꿔놨고 또 다른 부처는 발표한 지 채 1년도 안된 비전을 새 것으로 바꾸려 한다. 비전이나 계획이 실천을 위한 지침이 아닌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전 발표시점을 대선 이후로 늦추려는 것도 속보이는 짓이다. 당선자에 따라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의 움직임에 따라 변신(?)하는 눈치행정으로 가겠다는 속내가 비춰진다.

 행정 공백도 우려된다. 관료들은 “대선과 상관없이 내년도 업무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하나 일부 업무는 정책 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정부부처 국장은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기 마련이나 과학기술·IT와 같이 정치의 영향이 적은 부처까지 그러면 곤란하다고 본다”면서 “재탕할 것이라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낫지 않은가”고 되물었다.

 정부부처가 마련 중인 게 과연 ‘정책 비전’인지 ‘해당 부처의 비전’인지 헷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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