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정보가전부 차장 jklee@etnews.co.kr
근착 비즈니스 위크지가 ‘중국의 도전’을 특집으로 다룬 것을 보면 미국과 유럽도 중국을 새롭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 수출로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는 우리가 이 시점에 일본과 중국을 보면서 우리 입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본다.
아시아의 주도국인 일본은 오랫동안 자국이 이끌어온 경제구조를 기러기떼에 비유해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선두자리를 일본이 지키면서 한국·대만 등이 그 뒤를 따르는 기러기떼 구조를 보여왔지만 이제 그 틀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미 2년 전에 중국경계령을 통해 일본 기업에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중국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 동일한 노동에 있어서 자국과 중국의 생산비용이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꼭 이런 자료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일본의 ‘중국 공포증’을 이해할 수 있고 조만간 우리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와 올해 전세계 DVD플레이어의 40% 정도, 그리고 컬러TV와 VCR의 생산점유율에서 각각 세계시장의 25%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인건비는 일본에 비해 25분의 1∼30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의 10분의 1이라고 해도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놀랄 만하다. 중국은 또 계속해서 세계적 기술을 가진 글로벌기업의 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하고 미국에서 유학한 고급두뇌를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격으로는 물론 품질에서도 조만간 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업계 사정에 정통한 지인의 얘기를 듣자니 바로 그 중국에서 생산된 우리나라의 일부 가전제품이 점유율 높이기 차원에서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현지에서 팔리거나 수출된다고 한다.
사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비용으로 밀어내기식 수출행태를 보인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높이기를 위한 출혈수출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동전화 단말기업계 종사자라면 2∼3년 전 이동전화 단말기를 생산하던 모 대기업이 미국시장에서 당시 200달러에 팔리던 단말기 시장가격을 크게 내리는 데 기여(?)했음을 기억한다.
그런데 최근 1∼2년 새 우리가 세계적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에어컨이나 전자레인지 등에서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중국의 급추격 속에 가전업계의 글로벌 점유율 상승을 즐겁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가전업계가 값싼 임금을 이용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생산원가 이하로 팔면서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급급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절박한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오는 2008년까지 세계 전자 3위의 강국을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의 예긴 하지만 이처럼 안으로 곪으며 세계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급급한 정부가 10억달러 이상 수출품목을 발굴해 세계적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을 낸들 무슨 소용인가. 그런 기업들에 ‘왜 수출하는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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