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라틴댄스 마니아 2인

 춤에 대한 이미지는 세대에 따라 다르다. 젊은층들 사이에서 흔히 거론되는 ‘나이트댄스’나 중년층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춤이 ‘블루스’라면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춤은 단연 ‘라틴댄스’.

 우리 사회에서 춤 자체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점잖치’ 못한 행위다. 그러나 춤의 묘미를 이렇게 표현하는 부류가 있다.

 ‘8박자나 2박자의 가벼운 스텝과 손동작을 기본으로 하지만 평소에 쓰지 않는 허리근육까지 리듬에 맞춰 자연스레 움직이는 걸 보면 내 몸이 신기해진다. 여기에 남미계 특유의 리듬악기가 주는 경쾌함에 빠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춤의 부담스러움은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는다.’

 살사·메렝게·스윙·맘보·차차차·바차타는 저마다 조금씩 유래가 다르고 스텝이 다르지만 라틴댄스 마니아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춤맛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춤을 추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더군요. 그러나 살사를 추다보면 서로 잡은 손을 경계로 생기는 나만의 ‘반달공간’에 푹 빠지게 됩니다. 오히려 건강하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동질감이 생겨나는 정말 좋은 기분이죠.”

 한국IBM 내에서 ‘지하클럽’이나 매한가지였던 댄스클럽을 지상으로 올려놓은 명재신(웹서비스사업본부 제품기획담당·28)씨의 ‘살사 예찬론’이다. 입사 당시 댄스클럽 회원이라는 사실조차 입밖으로 끌어내지 못하는 분위기를 동료 한명과 의기투합한 결과 지금은 회사 내 댄스클럽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 정도로 반전시켰다면 명재신씨가 라틴댄스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대학원에서 남미경제 관련 논문을 쓰면서 라틴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명재신씨는 스페인어학원 강사를 통해 살사를 처음 접하게 됐다. “정말 매력적이에요. 특히 라틴음악을 듣다보면 적어도 그 당시만큼은 걱정·근심이 모두 사라집니다.”

 라틴댄스가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스트레스 해소 때문이라는 데는 한국HP 최웅진(고객지원본부·29)씨도 동감한다.

 최웅진씨는 현재 한국HP 살사댄스 동호회 회장. 젊은 시절부터 춤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았던 최웅진씨는 2000년 불었던 라틴댄스 바람을 놓치지 않았다. 단사린(스페인어로 ‘춤꾼’)이나 소셜살사와 같은 인터넷 라틴댄스 동호회에서 익힌 실력을 2001년 한국HP로 옮겨온 셈이다.

 “리듬은 경쾌하고 동작은 정열적이죠. 간단한 스텝을 자유롭게 창작하는 자기만의 동작을 펼치다보면 아, 이게 라틴댄스의 맛이구나라는 느낌이 옵니다.”

 살사는 스페인어로 소스라는 뜻의 ‘salsa’에서 유래됐다. 즉 음식의 양념소스라는 이미지처럼 격렬하고 화끈해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는 블루스와는 달리 건전하고 율동감이 넘치는 춤이다. “남미의 춤은 마을축제나 파티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가족끼리 일을 하다 잠시 쉬면서 추었을 만큼 대중적이고 공개적이죠. 번개모임으로 살사바를 찾는 게 아무 거리낌 없는 것 또한 이런 공개문화가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매주 수요일 홍대앞에서 강습을 받고, 월 2회 정도는 번개모임을 통해 살사바를 찾는다는 최웅진씨는 혼자라 좀 어색한 듯 표정을 짓지만 8박자의 살사 스텝을 밟아본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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