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LG가 `통신3강` 가는길

 요즘 통신업계의 시선이 LG그룹쪽으로 쏠리고 있다. 계열사인 데이콤이 파워콤의 경영권을 확보함에 따라 LG의 통신3강 진입여부가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G가 통신3강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당장은 ‘NO’다. 중장기적으로도 장담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동안의 LG그룹 액션이나 지금의 애매한 행마를 보면 더욱 그렇다.

 통신3강은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체제 확립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요소로 인식돼왔다. 그래서 전임 양승택 정통부 장관과 같은 몇몇 통신정책 리더는 통신3강의 조성을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것도 LG를 축으로 한 제3세력의 등장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했지만 정작 LG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파워콤을 끌어안은 지금도 LG의 진의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앞으로 통신3강 진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인지, 계속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기때문이다. 진정 LG가 통신3강의 한 축이 되길 원한다면 이제는 마음속의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우선 제3세력을 규합하는데 더이상 주저해선 안된다. 이번 데이콤 인수로 LG그룹의 통신사업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한때 증권가에선 LG텔레콤의 통신사업 철수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LG의 통신사업에 대한 의지는 불명확했다. 이제 문제는 통신3강의 판을 어떻게 짜느냐 하는 것이다. 시외·국제전화 부문에선 데이콤, 전용선·가입자망 부문서는 파워콤, 무선 부문서는 LG텔레콤 등 대략적인 진용이 갖춰졌다는 사실은 통신인이라면 누구든 인정한다. 하지만 시내부문과 초고속인터넷 부문에서 탄력을 받으려면 하나로통신의 흡수가 불가피하다.

 하나로통신은 6대 도시를 주축으로 한 가입자망(시내전화)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이 갖지 않은 인프라를 하나로통신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유선부문의 수익성을 살리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초고속인터넷 부문은 욕심낼 만하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로통신과 더불어 추가로 두루넷 인수도 고려해볼 대목이다.

 이에 앞서 기존 유무선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통신3강이 되기 위해선 지금 통신시장에서 고전분투하고 있는 계열 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가 기본 명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LG텔레콤은 무선부문서 후순위에 머물러 있고 유선부문의 데이콤도 KT의 벽에 옴싹달싹 못하고 있다. 꼴찌 탈출이 어렵다고 해서 LG텔레콤을 외면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주저한다면 통신3강은 요원하다.

 신규사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KT와 SK텔레콤은 최근들어 유무선 결합서비스(무선랜 포함)와 금융, 홈미디어, 디지털방송 등 각종 신규사업 개발에 혈안이다. LG그룹만이 이 부문에서 조용하다. 통신의 패러다임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LG그룹은 기존의 사업범위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또 LG가 그동안 통신인재를 키우지 않았다는 사실은 통신3강 진입의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LG그룹에는 통신전략가가 없다는 말은 통신업계에 나도는 공공연한 사실. 이제부터라도 통신전략가를 영입하는데 주저하지 말고 내부 인재를 육성하는 고뇌에 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LG의 통신3강은 가시밭길이다. “파워콤을 갖는다해도 LG의 통신3강 진입은 요원할 것”이라는 통신전문가들의 시각을 LG가 불식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윤재 IT산업부장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