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시장에 자기 텃밭이 사라진다.’
한국HP·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주요 중대형컴퓨팅 업체들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업종과 기업을 넘나들며 전면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90년 후반 들어 고객사들이 특정 사업자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멀티벤더’ 정책을 펼치자 사업자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윈백(win-back) 영업이나 취약한 고객사 및 업종 영업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컴팩코리아 합병으로 국내 중대형컴퓨팅 시장의 1인자로 부각되고 있는 한국HP(대표 최준근)는 한국IBM이 오랫동안 수성해온 금융 및 제조분야에서 조금씩 자기 영역을 만들고 있다.
우선 한국IBM의 텃밭으로 불리던 금융권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2000년을 지나며 증권사의 온라인거래시스템에 유닉스서버를 다수 공급하기 시작한 한국HP는 지난해부터는 유닉스 최고 하이엔드 서버인 슈퍼돔을 국민은행이나 우리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 등 제1금융권에 공급하며 은행권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두번째 시장인 제조분야 역시 올해 포스코에 슈퍼돔 7대를 공급하는 등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인프레임으로 시작된 컴퓨팅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수성의 입장이다. 특히 금융·제조·통신사 등 주요 업종의 다운사이징 바람을 자사 유닉스서버로 얼마나 대체하느냐가 1차 과제. 그러나 한국IBM은 한국HP나 한국썬의 시스템을 윈백하는 전략을 강화하며 다운사이징 바람에 전면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통신시장은 일찌감찌 경쟁사에 내주었다. 지난 96년 선정된 개인휴대통신사업들이 모두 오픈 시스템으로 시스템을 구성했으며, KT 고객정보시스템(ICIS) 역시 구 컴팩코리아의 알파시스템을 중심으로 다운사이징했다. 그러나 마지막 보루였던 SK텔레콤의 경우 올 하반기 진행한 다운사이징 프로젝트 ‘차세대빌링시스템’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유닉스서버인 레가타(p690)로 수성에 성공했다. 또 제조분야 역시 올해 접전을 벌였던 LG전자의 통합ERP 프로젝트에서 레가타 2대를 공급하며 제조분야의 입지를 지켰다.
2000년 닷컴 붐으로 인해 중형 이하 시장에서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유원식)는 지난해 72웨이급 하이엔드 유닉스서버 F15K를 출시하며 중대형컴퓨팅 시장에 본격 참여를 선언한 이래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올초 삼성생명보험과 조달청에 F15K를 공급한 이후 이렇다할 영업실적이 없었으나 3분기에는 군·LG카드·KT·KTF·삼성생명보험에 F15K를 추가 공급하며 다양한 영역으로 하이엔드 서버 준거 사이트를 넓혀가고 있다. 또 중형서버의 경우 최근 현대·대우자동차 등 제조분야에, V4800 등 중소형 서버는 은행·증권사에 공급, 닷컴에서 일반 업종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경쟁사와 차별되는 한국썬의 텃밭은 공공과 닷컴분야. 교육부를 비롯해 3군 관계 프로젝트에서는 여전히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닷컴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엔트리급 시장에서는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쟁사를 따돌리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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