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애인은 여자` 색다른 삼각관계

 ‘금기를 뛰어넘는 유쾌한 도발.’

 6일 개봉하는 이무영 감독의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하 태권소녀)’는 접근하기 까다로운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영화다. 그러나 같은 소재를 다룬 톰 행크스 주연의 ‘필라델피아’에서 풍기는 비장함이나 최근 개봉한 로드무비의 우울한 코드가 ‘태권소녀’에는 없다. 오로지 유쾌하고 발랄한 에피소드만이 있을 뿐이다.

 전자신문 11월 시사영화로 선정된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가 2일 스카라극장에서 독자와 미리 만났다. 300명의 독자팬들이 겨울바람을 헤치고 시사회장으로 모여들었으며 영화의 기발함과 예상밖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태권소녀는 동성애에 대해 고민하거나 갈등하고, 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지는 기존 영화의 틀을 벗었다. 동성애 장면이 꽤나 노골적이고 섹스 도구들도 난무하지만 태권소녀에서 동성애는 그저 왼손으로 밥을 먹거나 특이한 것을 모으는 취향처럼 ‘흔하지 않은 일’ 쯤으로 묘사될 뿐이다.

 대신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그리고 그 두 동성 사이에 낀 이성애자간 묘한 삼각관계가 시종일관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이상한 관계의 결과가 파국이나 어느 한사람의 불행으로 귀결되지 않고 세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태권소녀가 동성애라는 테마의식에서 자유로운 것은 동성애 자체에 대한 가치규정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태초에 동성애가 있었는데 그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지’하는 식의 연출태도가 짙게 배어있다. 사회적 금기의 가장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동성애를 소재로 삼되 ‘가장 상식적이지 않은 관계에서도 사랑은 있으며 그것이 기존 질서나 관계를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금숙(공효진 분)과 은희(조은지 분)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둘도 없는 절친한 사이로 이미 친구의 선을 뛰어넘은 사이. 금숙은 은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수호천사로 막강한 태권도 실력을 갖고 있다. 은희는 예쁜 예모로 눈길을 끌지만 머리는 비어있고 철딱서니가 없는 인물. 이 같은 은희의 외모에 반한 인기 코미디언 오두찬(최광일 분)은 그녀와 결혼하기에 이르고 그 둘 앞에 교도소에 다녀온 태권소녀가 나타나면서 기묘한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태권소녀는 그 동안 제대로 터치하지 못했던 내용을 다뤘다는 점에서 몽정기와 비슷한 실험을 하지만 철저하게 영화의 상징을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상이하다. 몽정기는 누구나 이런 영화겠거니하고 극장으로 들어서지만 태권소녀는 극장을 나오면서 이런 영화였구나하는 멍한 느낌을 갖게 된다. 노골적인 성묘사나 거침없는 화장실 유머 등이 거북할 수도 있지만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다만 영화의 제목이 좀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쪽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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