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게임산업, 구조 개편의 기로에

 일본 게임업체들 사이에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됐다.

 게임 제작 비용이 치솟고 할리우드 영화를 능가하는 마케팅 전략이 게임 흥행의 주요 요소로 떠오르면서 소프트웨어 제작에만 집중하던 일본 게임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게임 시장과 개발 환경의 급변 속에서 일본 업체들은 산업 개편의 기로에 서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진단했다.

 일본 게임업체들의 몸키우기는 지난해 7월 고나미가 허드슨 소프트웨어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지난주 발표된 스퀘어와 에닉스의 합병 선언은 본격적 새 판 짜기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파이널 팬터지, 드래곤 퀘스트 등의 인기 게임을 제작한 선두업체지만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역량의 부족으로 합병을 결정한 두 회사의 모습은 일본 게임 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재 일본 게임 시장은 침체를 계속하고 있다. 97년에 최대에 달했던 게임 판매액은 지난해 2641억엔으로 줄어들었다. 이전엔 100만개는 팔려야 히트 게임으로 쳐줬지만 요새는 50만∼70만개가 팔리는 게임도 드물다. 반면 제작비는 영화와 맞먹는 5억엔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꾀하지만 미국 시장도 만만치 않다. 세가는 지난 8월 ‘NFL2K3’를 미국에 내놨지만 30만개만 팔리고 70만개는 재고로 남았다. 특히 자본을 앞세운 마케팅 능력에서 미국 업체들에 뒤지는 것이 문제다. 게임 타이틀 하나만 덜렁 시장에 내놓는 일본 업체들은 영화 제작 단계부터 판권을 사들여 영화 개봉과 더불어 게임을 내놓는 미국 업체들의 치밀한 마케팅에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일본 게임의 해외 판매량은 2532억엔으로 2000년보다 11% 줄어들었다.

 또 게임이 게임기를 벗어나 휴대폰, PDA, 텔레매틱스 등으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도 시급해졌다. 앞으로 게임 업체는 차세대 유·무선 고속통신망을 포괄하는 ‘콘텐츠 공급업자’로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와다 요이치 스퀘어 사장은 “다른 산업의 최신 기술과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계속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PC 게임을 앞세운 한국, 대만 업체들의 도전도 해결 과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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