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중 수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산업자원부가 잠정집계한 수출실적에 따르면 11월중 수출은 모두 153억2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123억4900만달러에 비해 2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입은 140억8300만달러로 지난해 11월 115억3300만달러보다 22.1% 늘어나 12억3900만달러의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이렇게 전례없이 크게 성장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IT관련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휴대폰을 비롯한 무선통신기기의 수출확대가 큰 몫을 했다. 휴대폰을 포함한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액은 15억8000만달러로 월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지난 8월 컴퓨터를 제친 데 이어 11월에는 자동차(15억7000만달러)와 반도체(15억3000만달러)를 밀어내고 처음으로 월간 수출 1위 품목으로 부상했다.
올해 수출전망이 낙관적인 이유는 그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반도체 가격이 오름세로 반전되면서 수출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으며 부진을 면치 못하던 컴퓨터와 가전제품의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지난달 수출실적이 반도체 43.8%, 통신기기 25.3%, 컴퓨터 13.0%, 가전제품 12.5% 등 대부분 IT제품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경제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가전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 11월중 9.5%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중국은 휴대폰·컴퓨터 등 IT제품의 수출호조에 따라 무려 53.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일본 수출도 반도체 가전제품의 수출에 힘입어 13.7%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1월 한달의 수출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서 결코 안심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같은 외관상 장밋빛과 달리 수출전선에 가로놓인 복병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수출증가율 24.1%는 두자릿수 증가이긴 하지만 수출주력 품목이 반도체·휴대폰 등 일부 제품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지난 10월 이후 반도체 가격이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가볍게 보아넘겨선 안된다.
더구나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경기가 최근들어 부진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달러약세 기조 등으로 원화의 평가절상이 이뤄지면서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한동안 늘어나던 일본지역의 컴퓨터 수출이 지난달들어 -44.7% 성장을 보이면서 위축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수출이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중국·일본 등 주력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추세만 믿고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될 일이다. 수출을 늘리는 길은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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