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원, `전자차트` 업그레이드

 사상 유례없는 독감 피해가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의 ‘뒷북주의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가운데 국립보건원이 전국 의료기관의 질병 발생 상황에 대한 실시간 보고체계를 수립, 귀추가 주목된다.

 국립보건원은 전국 의료기관에 대한 질병 발생 상황을 개선, 실시간으로 보고체계를 갖추기로 하고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전자차트를 개량한 이 시스템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후 차트에 병명코드를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법정전염병 여부를 판단해 ‘신고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를 표시하게 된다.

 예컨대 ‘예’를 선택하면 기본 사항이 자동입력되기 때문에 의사가 몇 가지 사항만 추가하면 보고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환자가 많을 경우 ‘추후보고’를 체크하면 업무 종료 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보고할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각 의료기관의 업무부담 때문에 보고가 늦어지는 문제점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건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보건원 측은 현재 의료정보화 전문업체인 비트컴퓨터와 함께 프로그램 개발을 거의 마무리하고 1차 적용할 의료기관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원 측 관계자는 “의료기관 단계에서 질병 발생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시도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내년 초 일부 의료기관에 시범적용해 효과가 좋을 경우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건원 측은 그동안 전국 600여개 표본감시 의료기관의 환자진료기록을 취합·분석해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주의보’를 발령해왔으나 지역별 보건소에서 시도별 보건기관을 거쳐 국립보건원으로 이어지는 보고는 전자문서교환(EDI) 시스템을 통해 즉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일선 의료기관에서 보건소로 전달되는 보고 절차는 수작업으로 진행돼와 보건원 측 발표 시점과는 상당한 시차를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독감 바이러스가 확인됐지만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가 주의 수준인 3명에 못미치는 0.62명으로 보고됨에 따라 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았지만 11∼17일의 1000명당 환자 수는 이미 4.47명에 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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