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PC의 생로병사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  

 사람들은 모두 태어나면 늙고, 늙으면 병들어 죽는다.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진시황도 그랬으며, 평범한 필부도 그러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생로병사의 이치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삶의 길이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오랜 삶을 향유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만물도 이러한 생의 운명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잘 관리하고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면 훨씬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또 자신에게는 쓸모없는 것이 되더라도 새로운 활용방도를 찾다보면 어딘가에 유용하게 쓰일 기회가 생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해동안 생산되는 PC는 대략 500만대 정도다. 이렇게 같은 해에 생산되는 컴퓨터가 사용연한이 지나 폐기되기까지는 대략 3∼4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렇게 사용연한이 끝난 PC가 모두 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다시 사용되며 일부는 동남아 등지로 수출된다. 또 일부는 분해되어 부품으로 팔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경우는 다시 수리되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됨으로써 그들에게 정보화 혜택을 부여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장애인 등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PC가 요긴한 정보기기가 된다. 버려지는 PC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 주위에는 사용연한이 끝난 PC를 모아 깨끗하게 수리해 저소득층에게 보급하는 사업을 벌이는 곳이 많다. 이러한 사업들은 PC가 폐기돼 발생할지도 모를 환경문제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귀중한 자원을 재활용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정보화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는 정보소외계층에 정보기기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데도 의의가 있다.

 불교에서 생로병사는 고통이라 했다. 하지만 모두가 삶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좀더 뜻깊게 생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PC에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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