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BS 아날로그 방송 뜨거운 감자

 방송위성(BS)아날로그 방송이 일본 방송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BS아날로그방송(BS1, BS2)을 운영하고 있는 NHK의 에비사와 가쓰지 회장이 최근 “(현행 BS아날로그 위성이 설계수명을 다하는) 2007년에도 적어도 500만명의 시청자가 남는다. 다음 위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송으로의 이행이라는 전체 구도를 흔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BS디지털방송회사에 참여하고 있는 5대 메이저 민간방송은 “만약 다른 위성을 쏘아 올려서 BS아날로그방송을 지속한다면 BS디지털방송을 그만 두겠다”는 등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목받는 2007년=일본내에서 위성방송은 즉각 BS1, BS2 아날로그방송으로 통할 정도로 BS아날로그방송은 폭넓은 시청자층을 가지고 있다. BS방송수신 세대수는 10월말에 약 1600만(디지털방송수신 세대수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은 바로 이 BS1, 2 아날로그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위성의 설계 수명이 다하는 해다. 따라서 운영자인 NHK로선 당연히 다음 위성을 올려야겠지만 여기엔 방송의 디지털화라는 시대의 흐름이 있어 간단치 않다.

 BS디지털방송회사측 민방들은 “2007년 위성 수명을 계기로 BS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한다”는 전제하에 자신들이 BS디지털방송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BS아날로그를 조기 종료해서 디지털방송 보급의 계기로 삼아야 된다는 논리다.

 2007년에 확실하게 아날로그 위성방송이 없어진다고 못박으면 디지털TV를 찾는 시청자가 늘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BS아날로그방송을 디지털위성방송이 이어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일본내 디지털방송 수신 세대수는 10월말 기준으로 약 336만에 그치고 있다. BS아날로그방송에서 BS디지털방송으로 전환을 시도했던 와우와우의 경우 기존 아날로그 시청자를 잃고 새 디지털 시청자를 얻지 못해 이를 주도한 요시모토 전 사장이 인책성 인사로 물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BS디지털방송을 통해서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폭넓게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NHK로서는 2007년에 BS아날로그방송 시청자가 500만명 이상이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일시에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새 위성을 쏟아올리는 편이 경영상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국영방송국으로서 시청자의 볼 권리에 충실해야한다는 명분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완전 디지털방송화 시점인 2011년까지 BS아날로그 방송을 존속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전체 디지털방송 틀 흔들 수도=일본의 디지털방송 이행은 크게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지상파의 디지털방송은 내년부터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 특정지역내에서만 방송을 개시하는 등 당초 계획보다 방송 지역이 줄어들었다. 또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한 주파수 재배정에 드는 비용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방송국들이 막대한 디지털방송 비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업계 재편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BS아날로그방송 중단문제는 또 하나의 시사점을 준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원활하게 방송의 디지털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아날로그방송을 중단할 2011년에도 10% 이상의 세대가 아날로그TV를 갖고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이들을 위해 아날로그 전면 중단을 연기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될 것이 뻔하다. 만약 새 위성을 2007년 전후에 쏟아올린다면 2011년 이후에도 아날로그위성방송을 존속시켜야한다는 논리가 이때 다시 날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공은 다시 총무성으로=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총무성은 BS아날로그방송의 종료시기가 TV를 교체하거나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기 때문에 올해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우선 BS아날로그방송의 설계수명은 2007년 4월이지만 잔존연료를 고려하면 2년 정도 사용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2007∼2009년에 아날로그방송 중지 일정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NHK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새 위성을 통해 2011년까지 방송을 연장시킬 수도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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