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관과의 대화

 최근 대덕연구단지 기계연구원에서 모처럼 채영복 과학기술부 장관이 연구원 170명을 모아놓고 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사기진작책을 설명하고 건의를 받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채 장관은 지난 1월 취임하면서부터 내걸었던 연구환경 개선과 이공계 기피현상의 대책 마련에 초점을 두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을 풀어갔다며 특히 과학기술인 공제회법과 연합대학원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과기부 등 부처마다 다른 입장차이로 서로 밀고 당기느라 그만큼 법률안 통과가 힘들었고 드라마틱했다는 점에서, 특히 연구원 출신으로 장관이 된 이후 정부로부터 과학기술인의 몫을 챙긴 큰 성과물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채 장관에게는 이 자리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참석한 연구원들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참석자들은 장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자랑하러 왔다며 이런 식으로 인력 동원할 시간이 있으면 연구나 더 하도록 해야 한다는 불만을 공공연히 내비치기도 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월급을 올려 달라’ ‘연구성과중심제(PBS)를 개선해라’ ‘큰 것에 신경쓰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문제를 풀어달라’ ‘자녀학자금 보조를 회생시켜라’ 등 요구사항 주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간담회는 출연연기관장협의회 소속 기관장 중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았고 원로를 대우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는 등 과학기술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학기술계가 사회적으로 대우받기를 바라고 위상이 높아지기를 갈망한다면 과학기술계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닌 원로에게 꽃 한다발 안겨주진 못하더라도 고생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우렁찬 박수 정도는 보내주는 아량부터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장관은 장관대로, 연구원은 연구원대로 서로를 위로하고 사기를 돋울 수 있도록 모처럼 마련된 자리가 이렇듯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앞으로는 연구원 스스로가 위상을 바로 세우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채 장관의 마지막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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