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땀으로 일군 아메리칸 드림

 비크람 바르마(38)가 지난 90년 스탠퍼드 재학 당시 여름방학을 이용해 일자리를 찾던 중 엔지니어를 필요로 하던 자그마한 신생업체 사비테크놀로지를 만났다.

 그는 현재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미 국방부가 주요 고객이다. 해상 및 항공 화물을 추적하는 사비의 사업 중 절반 가량은 국방부를 위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항구와 소매업체인 울워스UK 같은 고객을 위한 사업이다. 사비는 화물 컨테이너를 위한 전자 봉인을 개발하는 업체로 위성 위치추적시스템(GPS)을 이용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컨테이너 및 화물을 추적한다. 이 같은 기술은 지난해 9·11 미 테러사태 및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 때문에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르마는 컨테이너가 깨지거나 화물의 일부가 분실될 경우 무선 신호가 수초만에 화물 운송을 감시하는 곳으로 전송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의 주요 기능은 보안이지만 효율 최적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면서 “첨단기술 덕분에 컨테이너가 ‘가상 창고’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태생인 바르마는 18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플로리다공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미시간대와 스탠퍼드대에서 대학원을 다녔다.

 지난 걸프전 때 국방부에서 군수 및 민수 수송 업무를 지휘했고 지금은 항공 공급관리업체 플라이트익스플로러의 CEO인 퇴역장군 월트 크로스는 “사비가 이 분야의 선두”라고 꼽았다. 그는 지난 97년 사비의 사령탑에 오른 바르마를 화물 보안 분야의 주요 인물이라면서 ‘뛰어난 조직가’에 견줬다.

 ‘빅’으로도 알려진 바르마는 “나 자신이 뛰어난 엔지니어라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겨왔다”면서 “엔지니어로서 할 만큼 다 한 뒤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다”고 털어 놓았다.

 바르마는 사비에서 빠른 승진 가도를 달렸다. 엔지니어로 시작한 그는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이 됐고 그 뒤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다. 바르마는 95년 사비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에 인수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TI는 그 뒤 사비를 다시 레이시온에 매각했다. 이 같은 경영권 교체 과정에서 사비를 떠난 적이 없는 바르마는 지난 99년 5월 경영진의 주식 인수 작업을 지휘해 사비를 다시 한번 독립회사로 거듭나게 했다. 그리고 그는 CEO에 올랐다.

 지금까지 사비의 최대 거래는 2000년 국방부와 체결한 1억12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이었다. 이 회사는 민간 업체들에도 비 기밀 기술을 판매한다.

 바르마는 자신의 기술을 별 것이 아니라고 겸손해 하지만 전자 컨테이너 봉인 등 8건의 특허를 확보해놓았다. 스위스의 다보스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은 지난달 바르마 CEO를 ‘변혁적인 기술’을 개발한 전세계 40여 기업인 중 하나로 선정했다.

 지난 92년 미국 시민이 된 달변의 바르마는 인도에는 거의 가지 않지만 미국, 특히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시켜 준 인도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인도는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곳”이라면서 “문화적으로 희생과 삶의 여정에 가치를 두면서 열심히 일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을 믿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바르마는 99년 이래 비상장 업체인 사비의 네차례 투자 유치를 이끌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올 6월 15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모두 9300만달러를 유치했다.

 그는 서니베일, 샌프란시스코,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200여명의 직원을 둔 사비가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다음 분기에는 수지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사비에 투자한 업체 중에는 UPS의 지사인 UPS스트래티직엔터프라이즈펀드, 테마섹캐피털, 베이지역 벤처캐피털 업체인 모어다비도 등이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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