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 parkcm@postech.ac.kr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말미암아 남북관계가 또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가운데 박남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경제시찰단 18명의 남한방문과 평양에서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 경제시찰단은 남한의 여러 지역을 방문한 가운데 특히 삼성전자, SK텔레콤 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LG전자 등 IT관련기업과 기관을 많이 택했고 스스로 고찰단(考擦團)이라고 부르듯이 매우 진지하게 열심히 모든 것을 둘러보았다. 이것은 북한이 IT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포항공과대학을 방문했을 때도 시간관계상 실험실 탐방이 계획에 없었는데 시간을 쪼개가면서 가상현실(VR) 연구실을 보고 갔다. 특히 김책공업종합대학 홍서헌 총장과 김일성종합대학의 컴퓨터과학대학 김철호 부학장은 IT분야 교육 및 연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은 그 대학에서 계획하고 있는 전자도서관 구축에 관한 의견교환을 원했으며 포항공대의 전자도서관 설치 및 운영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IT분야에 대한 북한의 지대한 관심은 이밖에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통일과학기술 심포지엄은 재일본 조선인과학기술협회가 주최하고 남북의 과학기술 관련기관이 후원해 열렸다. 첫날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보전과 개발이용’에 대해서 발표가 있었으며 둘째날에는 ‘남북 과학기술 정보자료 기지의 공유와 협력’이라는 주제하에 재일 과협 중앙콤퓨터전문위원장인 리상춘 박사의 기조연설이 있은 후 조선과학원 중앙과학기술통보사의 박사원 원장과 처장,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정보콘텐츠개발 실장과 해외정보사업 실장의 발표가 있었다.
이 심포지엄에서 놀라웠던 것은 북한 과학자들이 전보다 훨씬 유연한 태도를 취했으며 논문발표도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잘 준비했고 무엇보다도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앙과학기술통보사의 연구원 수라든가 조직 및 활동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으며 아울러 문제점도 제시함으로써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지난 10월 4일을 기해서 평양의 조선과학원 2국과 재일본 조선인과기협 본부간 e메일이 개통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전에는 주로 팩스로 하던 통신을 e메일로 할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 남북 IT교류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북한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지난 10월 1일에 개막됐던 제13차 전국프로그람경연 및 전시회를 보면 알 수 있다. 9일동안 열렸던 이 대회에서는 문자 및 음성인식, 기계번역, 생산지휘시스템, 조선장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경연을 했으며 과학자·기술자들이 연구 개발한 570여건의 우수한 프로그램과 중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30여건의 프로그램이 전시됐다. 특히 평양 제1중학교 학생이 개발한 수학전자공식집인 ‘나의 벗’은 보통교육 부문에서 1등을 했다.
이같은 북한의 IT분야 발전은 경제발전에 이어 한반도의 평화공존에도 기여하리라는 것이 얼마전 하와이에서 있었던 국제회의에서 지적됐다. 과거 수년간에 걸쳐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했던 캐나다의 한 학자는 “북한을 살리고 국제사회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IT혁명 밖에 없다”면서 북한에 있는 우수한 기술자, 공학자, 그리고 소프트웨어 과학자들이 미사일 같은 무기를 개발하기보다는 상업적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기업분야의 IT에 종사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지금 북한은 남한과 힘을 합쳐 IT개발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도 이러한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도우려 하고 있다. 좀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남북과 해외 동포 IT전문가들이 서울이나 평양에서 IT포럼을 갖기를 제안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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