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욱 엔터프라이즈부장
불행은 연속으로 온다는 속담이 있다. 매출 부진에 허덕이며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SW)업계가 설상가상으로 최근 사상 최대의 IT유통 사기사건까지 터져 망연자실하고 있다. 더구나 문제는 이번 사건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데 있다. 혹자는 이번 사태의 피해금액이 5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며 믿어지지 않는 수치를 내놓고 있다. 또 연말까지 피해업체에 돌아올 수십억원의 어음이 부도로 이어질 경우 그 파장은 일파만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로서는 사태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SW업계는 불법복제 단속과 SW도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SW 강국 도약이라는 부푼 희망을 잔뜩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로 IT 투자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동안 정부나 업계가 공들여 전개해온 정품SW사용 캠페인은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염불이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잠시 복제해 쓰는 것은 이해하겠지라는 현실론에 SW는 지적재산이라는 구호는 순식간에 내팽개쳐 버렸다.
SW업체들은 떨어지는 매출 그래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궁여지책을 찾았지만 냉랭한 IT 투자분위기에 뾰족한 방법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당연히 CEO의 입장에서는 수치상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밀어내기 영업, 허위계산서 발행, 덤핑판매 등 다양한 편법을 동원한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SW업체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는 그들 스스로도 이 같은 편법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SW업체 CEO들이 이번 사기사건에 그렇게 허탈해 한 것도 그동안 자존심을 팽개치고 연명하면서 경기가 되살아나기만을 숨죽여 기다려온 지난 일들이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 같은 암울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전체 SW업체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극히 일부 업체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국산 SW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수출계약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들은 이 같은 현장의 처절한 모습과는 다른 남의 이야기로만 들린다. 오는 2010년까지 10억달러어치의 SW를 수출, 세계 5위의 SW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도 제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SW 강국으로의 도약은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또 IT산업의 기반이 되는 SW산업의 발전 없이는 우리가 전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IT코리아도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SW산업의 체질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SW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M&A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SW업체들도 지금이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IT유통 사기사건의 원인이 된 유통정책이나 유통구조를 정비하는 것은 업체들로서는 언제라도 반드시 치러야 할 숙제다. 현재와 같은 급박한 상황이라면 세계적인 기업들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경쟁력있는 기업간 M&A나 제휴로 출혈경쟁의 구도를 과감히 깨야 한다. 이제는 나 혼자만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동반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품간 결합과 업체간 결합은 국산 SW의 질적 향상과 신수요 창출을 견인하는 촉매제로 작용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한국의 빌 게이츠가 되겠다는 꿈이 사라져 버린 지금 이들에게 희망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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