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PC-모니터업체 비상

HP·델 SCM 활용 부품 소싱 대폭 강화로...

 컴팩을 인수한 HP와 델이 세계 PC시장 1위를 놓고 경쟁하면서 비용절감과 경쟁우위를 위해 이미 구축된 공급망관리(SCM)를 십분 활용, 부품소싱 강화에 적극 매달리고 있어 이들에 완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PC 및 모니터 업체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특히 이번 양사의 움직임은 그동안 업무효율성을 제고시켜 수익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SCM이 일종의 먹이사슬처럼 작용해 맨 윗단의 업체가 아니면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표출해 또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반면 HP와 델에 부품을 판매하는 국내 메이저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최대 시장이었지만 판로개척이 쉽지 않았던 대만 PC업체들이나 모니터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기가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며 매출확대에 부풀어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과 내년 노트북PC 및 모니터 OEM 공급물량을 협상중인 델·HP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에 맡겨왔던 부품소싱을 직접 담당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과 HP는 이미 1년 전부터 데스크톱PC용의 경우 대부분 부품을 직접 소싱해왔다.

 두 메이저사는 노트북PC의 경우 직접 소싱을 해오던 CPU나 칩세트 이외에도 메모리·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광저장장치(ODD)는 물론 심지어 케이스까지 관장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니터의 경우에는 양사가 부품소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나 내년부터는 LCD모듈이나 케이스 등의 부품을 자체 구매해 국내 모니터업체에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 등 노트북PC업계와 모니터업계는 메이저사들이 소싱하는 부품 수를 확대할 경우 가뜩이나 열악해진 채산성이 더욱 나빠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메이저사들이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소싱한 후 정해진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면 OEM업체들은 수익을 내기가 힘든 처지”라며 “이제 남은 것은 인건비 절감밖에 없어 생산공장 이전이나 사업포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니터업계 관계자들은 “메이저사들의 소싱확대는 OEM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횡포”라며 “국내뿐 아니라 PC부문의 생산기지인 대만 업체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고 결국은 그 부메랑을 자신들이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SCM을 담당하고 있는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메이저사들이 요구하는 SCM 구축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왔다”며 “이제 와서 우리가 구축해놓은 2차, 3차 부품업체들까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에 D램이나 LCD모듈·광저장장치 등 공급하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메이저사들의 이번 방침이 실행될 경우 세계 노트북PC의 60%, 모니터의 45%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대만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