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현재 3개의 국유(state policy)은행, 4개의 국영상업은행(state-owned commercial banks), 110개의 상업은행 및 4만2000개의 신용조합(credit co-operatives)으로 구성된 현지 은행 네트워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9만개가 넘는 지사 규모다.
이 가운데 대형 국영상업은행 4곳이 은행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규모 부실채권으로 인해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자본투자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외국계 은행의 시장진입도 더딘 상황이다. 180여개 외국계 은행(지점 164개, 출장소 233개)이 중국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중국 전체 은행 자산의 2% 정도에 불과하고 고객예탁금 보유율도 굉장히 낮은 편이다. 최대 국내 은행인 ICBC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3만7000개의 지점을 둔 반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최대 은행인 HSBC의 지점은 겨우 10곳이다. 중국 금융시장이 그동안 폐쇄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지난 80년대 외국 은행들이 처음 중국에 진출한 당시부터 현지 영업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은 게 사실이다. 외국계 은행은 주요 사업분야, 제품 및 서비스 유형과 유통, 운영자금 규모, 고객층, 지점 및 사업 소재지 등 거의 모든 범위에 걸쳐 까다롭게 묶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전혀 다른 시장 환경이 열리고 있다. 향후 5년간 외국계 은행에 대한 완전개방이 단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004년에는 외국계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 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으며, 2006년부터는 사실상 모든 영업 범위에 제한이 풀린다. 향후 수년 내 외국계 은행들이 중국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WTO 가입 후 외국계 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 중국의 국내 은행들은 업무효율화와 신규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역량을 강화하고자 최신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부 현지 은행은 첨단기술과 서비스를 받아들이기 위해 외국 은행의 자본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 은행들도 시장 진입 및 시장점유율 증대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시티그룹·JP모건·체이스맨해튼·HSBC 등은 중국 은행에 투자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은행업무의 개선과 신규서비스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 은행과 정부당국은 정보시스템(IT) 인프라 구축에 우선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금융=IT’라는 도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만큼 이미 금융산업에서 IT의 중요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몇 년간은 중국 현지 은행들의 IT 수요가 폭발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외 IT 솔루션업체들이 중국 은행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잠재력이다. 중국 은행들은 데이터센터의 중앙집중화,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한 고객 중심의 정보관리, e뱅킹(인터넷뱅킹)의 도입, 정보 인프라의 효율성 향상과 품질 개선, 보안 등을 주요 IT수요로 꼽고 있다. 국내외 솔루션업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
이렇듯 WTO 가입을 시발점으로 중국 금융산업도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현지 은행계가 e뱅킹 도입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것은 비록 시기는 늦었지만 향후 광대한 시장으로 저변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미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도 4600만명을 넘어섰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네티즌은 e뱅킹의 최대 수혜자이자 고객층이다. 이런 가운데 e뱅킹서비스가 향후 중국 은행 수익의 20%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e뱅킹에 대한 중국 은행들의 관심은 단순 부가서비스가 아닌 사활을 걸어야 할 수익기반이라는 인식인 것이다. 지금이 바로 국내외 e금융업계가 중국이라는 황금어장에 뛰어들어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낼 적기라고 생각한다.
◆사이먼 홍 옥타소프트 회장 simon_horng@octa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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