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경쟁력이다>(43)정책편-8.문화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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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업은 최근 가장 역동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영화 한편이 500만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하는가 하면 온라인게임 하나가 한해동안 1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문화관광부가 집계한 ‘문화산업통계’에 따르면 한국 문화산업 시장규모는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연평균 28%씩 고속성장했다. 지난해 한국 문화산업 시장규모가 13조8000억원대에 달해 웬 만한 제조업 분야를 능가한 상태다. 특히 국산영화와 온라인게임의 경우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가 최근들어 CT(Cuiture Technology)분야 인력양성에 의욕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산업 잠재력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콘텐츠코리아 비전21’을 수립하고 올해 CT인력 양성 예산을 작년보다 4배 가까이 늘린 것도 따지고 보면 문화산업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CT 전문인력 양성정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의 CT분야 인력 육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사업내용이나 예산 규모를 세세하게 따져보면 초라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쥐꼬리’ 만한 예산은 과연 정부가 CT분야 전문가를 양성할 뜻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해 문화부가 확보한 CT분야 인력 양성 예산은 고작 54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작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올해 예산도 기껏해야 211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정보통신부에서 IT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각각 3786억원, 2717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가깝다. 표참조

 물론 CT산업이 IT산업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고 정통부와 문화부 전체 예산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비하면 CT분야 인력 양성 예산이 너무 적게 책정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예산 편성에서는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 정통부는 올해 IT분야 전체 예산 가운데 6.1%를 인력 양성에 배분한 데 반해 문화부는 CT분야 예산 가운데 고작 3.7%만을 인재 양성에 투입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좋은 계획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문화부가 올해 CT인력 양성을 위해 펼친 사업 가운데 영화·게임·방송 등 3개 아카데미 운영과 관련한 사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분히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3개 아카데미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45억5000만원)을 뺀 나머지 돈으로 사업을 벌여봐야 프로젝트당 15억원도 안되는 적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인재양성정책도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영화·방송 등의 경우 양적 수급에 큰 문제가 없으나 게임·애니메이션 등 새로 부상하는 산업의 경우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교육기관에서 시장수요에 대한 예측이나 질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인력을 무분별하게 배출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으로 주무부처인 문화부에 이를 조율할 총괄 기구가 없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문화부는 게임, 방송, 영화 등 과별로 인력양성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산 배분뿐 아니라 정책시행 이후 평가 등이 각각 따로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총괄 기구가 탄생하면 3개 아카데미의 경우만 해도 각각 따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서로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도 문화부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첨단 기자재 활용 기회를 넓히는 한편 수준높은 교수인력 확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수인력의 경우 외국 전문가를 적극 유치하거나 현장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CT분야의 핵심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창작 및 기획인력 배출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를 위해 문화산업과 순수문화예술 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CT분야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전환과 이에 따른 규모의 인력양성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 이상 전문인력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기고-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문화콘텐츠산업이 차세대 국가 기간산업으로 부각되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핵심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은 창의성과 문화적 감수성에 바탕을 둔 창작산업으로 기획, 마케팅, 기술 등 다양한 전문인력들의 협동과정을 통해서 발전한다. 따라서 얼마나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문화콘텐츠산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최근에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교육과정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인력양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특성과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전문인력 양성체계는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우수한 고급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현장과 학교간의 연계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 교수인력과 교육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또 교육커리큘럼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업계에서도 우수 인력을 유치하거나 해외 연수 등 인적자원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의 전문인력은 국가 인적자원 관리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양성돼야 한다.

 첫째, 문화콘텐츠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콘텐츠업종에 대한 직무분석과 종사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와 공급을 전망하여 전략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학·연·정이 모두 참여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도출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의 문화콘텐츠 인력양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특성화 교육기관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교육프로그램 및 자료 개발, 산·학 연계, 우수 전문교수요원 확보, 학제간 연계, 해외 우수교육기관과의 연계 등 대학의 교육능력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콘텐츠기술, 국내외 시장동향, 콘텐츠트렌드 분석 등 문화콘텐츠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른 교육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발전시켜야 한다. 교육내용은 초기단계에서는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프로듀서와 마케터 등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두었지만 점차 시나리오, 기술, 제작, 유통 등으로 세분화하고, 산업장르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교육대상도 현장종사자 중심에서 점차 신규인력, 잠재인력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해외 전문인력 및 우수 교육기관과의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핵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해외연수사업을 강화하여 현장 종사자의 재교육 차원뿐만 아니라 우수교수인력 양성 차원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워크숍을 개최하거나 교육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해외 우수 교육기관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장기적인 안목에서 창의적인 전문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학교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프로그램 운영 등 교육사업과의 연계 구축, 지방문화산업 인력양성, 문화콘텐츠 e러닝(e-learning) 환경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사어버 아카데미 운영사업도 초기단계에는 현장 종사자 중심으로 운영하되 점차 국민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력양성 사업은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교육인적자원부 등 유관기관들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문제는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한 우수인력들이 산업 현장에 진출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문화콘텐츠 직종이 전문직종으로 자리매김하여 창의성을 갖춘 유능한 인력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bmsuh@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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