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보조금 금지 예외조항을 놓고 통신업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사실상 어렵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예외적으로 보조금을 허용하는 대통령령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신업계는 특히 어떤 품목이 대통령령에 의한 보조금 지급금지 예외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통신서비스 및 단말기 업계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허용해달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비대칭규제 수단으로 활용=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후발사업자 지원 방안으로 단말기 보조금 금지조항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사장은 “통신시장 유효경쟁 체제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후발사업자에 가입자를 빨리 모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을 후발사업자에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KTF 역시 “보조금을 아예 금지하거나 조건부로 허용하더라도 지배적사업자에 가입자가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후발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신서비스 진화에 이용=KT아이컴, 단말기 제조업체 등은 국내 통신산업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 예외조항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KT아이컴측은 2세대와 3세대 단말기는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3세대 통신에 국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SK텔레콤측은 통신 인프라만 투자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단말기 보조금 역시 투자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외조항이 시행된다면 특정사업자에 가입자가 쏠리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내 통신산업 경쟁력강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차세대 단말기쪽에 비중을 두면서 정책방향 결정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단말기 보조금 금지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예외조항의 경우 산업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PDA 제조업체와 서비스 업계의 관계자들도 내년에는 스마트폰 형태의 새로운 개념의 단말기가 대량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고 가격 등에서 기존 단말기와 경쟁할 수 있도록 보조금의 탄력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과제와 전망=정책 당국의 안이한 인식이 문제다. 아직은 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정책당국은 이 법의 파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법의 적용여부에 따라 신산업의 활성화가 좌우될 사안인 데도 불구하고 원칙론에만 집착하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에야 비로소 예외조항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에는 SK텔레콤·KTF 등의 cdma2000 1x EVDO 단말기 보급이 활성화될 뿐 아니라 하반기에는 2㎓ 대역 WCDMA 상용서비스도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세계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도 사용자가 없어 마냥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을 정책 당국에서도 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보조금지급 예외조항 대상을 놓고 부처내 관련부처간, 통신사업자간, 제조업체간, 나아가 통신사업자와 정부,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간 이해가 엇갈리고 있어 치열한 논리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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