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수출가격 하락

국내업체들 과당경쟁으로 2년전 비해 절반 이하로

 벤처업계의 대표적 정보기술(IT) 수출품목인 셋톱박스 가격이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지난 2년 동안 절반 이하로 추락, 업체들이 수출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같은 가격하락의 주원인이 수출 주무대인 유럽·중동시장에서 국내업체간 제살깎기식 경쟁에 의한 것이어서 기술과 제품 위주의 시장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수익률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7일 전자산업진흥회와 주요 셋톱박스 업체에 따르면 셋톱박스의 수출단가가 모델별로 차이가 있지만 올초와 비교해서는 30%, 지난해 초와 비교해서는 최대 6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수익성은 물론 전체 IT산업 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전자진흥회는 최근 자체 조사한 자료에서 디지털위성방송 셋톱박스 수출단가가 저급 모델(로엔드)인 무료방송수신(FTA)형 제품을 기준으로 할 때 2001년 1월 평균 150∼160달러였으나 올 2월에는 65∼7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10월에는 60달러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전자진흥회측은 “가장 일반적인 모델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50% 가까이 떨어졌으며 최근 국내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고급형(하이엔드) 모델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출단가가 떨어지는 추세”라며 “중국이나 대만의 저가 제품 영향도 있지만 국내업체의 과도한 경쟁도 수출단가 하락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셋톱박스 업체의 수출단가는 최근 예상 가격 이하로 하락했으며 일부 업체는 이 때문에 당초 목표 매출을 재조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수출을 시작한 이엠테크닉스는 FTA 모델의 경우 2000년 말 100달러 수준에서 지금은 70달러로 30% 정도 하락했다. 고급형 모델 중 하나인 수신카드선택(CI)형 제품 역시 120∼130달러대에서 지금은 100달러 수준에 오픈마켓에 공급하고 있다.

 이엠테크닉스측은 “국내 후발업체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심화돼 해외시장에서 가격을 후려치는 경우가 많아 당분간 가격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그나마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해 전체 수출규모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기능 제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한단정보통신도 수출단가가 2000년과 비교해 평균 30∼40% 정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단은 올해 수출목표를 당초 지난해 수준인 1200억원대로 잡았지만 지금은 두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950억원대로 축소 조정했다.

 오픈마켓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휴맥스도 고급형과 저급형 모델에 걸쳐 2001년 초를 기점으로 단가가 떨어졌다.

 최군식 휴맥스 부사장은 “아직 우려할 정도의 수출단가는 아니지만 셋톱박스 시장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대량 수요처로부터 적지 않은 가격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며 “특히 중동과 유럽지역에서 국내업체간에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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