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레스토랑 등 공공 장소에 장애인용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장애인법(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을 사이버공간으로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미국 장애인들의 노력이 또 다시 벽에 부딪혔다.
22일 C넷(http://www.cnet.com)에 따르면 미 지방법원 패트리샤 시츠 판사는 시각장애인인 로버트 검슨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항공사가 웹사이트를 시각장애인들에게 맞도록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지난 90년 입법화돼 레스토랑·호텔·쇼핑센터·대학 등에 장애인용 시설 설치를 규정한 ADA의 인터넷 적용은 뒤로 미뤄지게 됐다.
시츠 판사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인터넷 사이트(http://www.Southwest.com)는 ADA가 정의하고 있는 물리적 공간과 거리가 멀다”며 “현행 ADA는 웹사이트를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을 IT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법조계의 배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체 관계자들은 “판결은 옳았다”면서 “ADA는 열악한 상황에 빠진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이버공간이 장애인들에게 열악한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슨과 시민단체들은 장애인들에 대한 인터넷 접속을 가로막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이번 판결이 지난 97년 웹접속계획(WAI)을 출범시키는 등 장애인들의 인터넷 접속을 지원해온 인터넷 표준화단체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등 업계 흐름에 반하는 움직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WAI는 웹브라우저·미디어플레이어 등에 대한 장애인용 가이드라인을 소프트웨어 업체·웹 출판업체들에 제공하는 등 시각·청각·신체·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웹 접속 증진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시츠 판사는 판결문에서 “ADA를 사이버공간으로 확대하는 데는 새로운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장애인들을 고려한 웹 접속 증진에 따른 개선점을 지적해 여운을 남겼다. 실제 전임 클린턴 행정부가 ADA의 적용을 인터넷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바 있고 미 의회 역시 ADA의 인터넷 판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99년 미 시각장애인연맹은 온라인 업체인 AOL을 상대로 AOL을 통해 인터넷 접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최근에도 청각장애인들이 ABC방송이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는 등 ADA를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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